[사이언스 인 미디어]스윙보트 "투표하러 안 가세요?"

[사이언스 인 미디어]스윙보트 "투표하러 안 가세요?"

'스윙보트'는 투표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영화다. 미국 시골마을에서 빈둥거리는 중년남자. 어느 날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대통령 선거에서 동률이 나왔고, 어떤 이유로 그에게만 재투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한다. 투표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보다 적절한 설정도 없을 듯하다. 물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5월이 대통령을 뽑기에 좋은 달인지는 모르겠다. 결혼·여행 같은 단어와 친숙한 달이 어쩌다 정치와 엮이게 됐는지. 그래서 걱정이다. 모두 놀러가면 투표는 누가 하나.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적 중요성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대선이기에, 누가 더 적극적으로 투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를 과학처럼 굳건한 기반 위에 올리고 싶어하는 정치과학자가 하는 가정 중에 '합리적 선택론'이 있다. 마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유권자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정은 시작부터 난제에 부딪힌다.

유권자 개인이 합리적이라면 반드시 기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 표로 선거 결과가 달라질 확률은 거의 없다. 선거 역사에서 그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낮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나에게 이로운 다른 일, 이를테면 여행을 떠나는 게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 영화 스윙보트 주인공도 이런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유권자가 합리적인데 기권을 한다니 그렇다면 투표는 누가 한단 말인가.

정치과학자는 궤변처럼 들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 합리성' 개념을 도입한다. 유권자 개인은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선거 결과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가 시험이라면 개인은 합격할 수 없지만 유권자 전체로는 합격할 수 있다'는 말에 잘 나타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거 결과가 생각보다 민의를 잘 반영한다는 점은 역대 선거가 잘 보여주고 있다. 달리 말해 투표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에게 더 이익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유권자가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개인적 합리성과 집단적 합리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사전투표' 제도를 두고 있다. 놀러간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눈앞의 이익과 장기적 이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이 있다. 스윙보트는 이렇게 묻는 듯하다. “투표하러 안 가세요?”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