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체육계 뜨거운 감자 '기술 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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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9개월 앞두고 빙상계에 일대 논란이 벌어졌다.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경기복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교체를 추진하는 가운데 경기복이 선수의 경기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은 지난 달 휠라와 빙상연맹 간 경기복 공급 계약이 끝나면서 시작됐다. 휠라는 2012년부터 우리나라 대표팀이 입는 네덜란드 스포츠컨펙스 경기복을 공급해왔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협상했지만 결렬됐다. 빙상연맹은 네덜란드 '헌터(Hunter)'를 새 경기복 공급사로 선정했다.

빙상경기복 풍동 실험
<빙상경기복 풍동 실험>

휠라가 17일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거세졌다. 헌터 경기복이 기존 스포츠컨펙스 경기복보다 35g 무겁고 공기 저항에 10% 취약하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우주항공연구소(DLR)와 네덜란드국립우주항공연구소(NLR)가 합작한 독일네덜란드윈드터널(DNW)에서 이뤄진 풍동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전문가는 두 경기복 기능 차이가 실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500미터 스피드 스케이팅 같은 단거리 종목은 공기저항이 미치는 영향이 커 1초 이상 기록이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빙상연맹은 선수단이 직접 착용, 시험한 후 새 경기복을 선정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벌어지는 건 10분의 1초, 100분의 1초 차로 경기 승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1초가 그만큼 치명적인 시간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2월 강릉 세계선수권대회 기록을 보면 1초 사이에 12명 선수가 몰렸다.

용품을 통한 스포츠 기록 향상 노력은 '기술 도핑'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도핑은 원래 금지 약물을 복용해 근육을 강화하거나 지구력을 높이는 반칙 행위다. 기술 도핑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기구, 장비를 착용해 도핑과 비슷한 효과를 본다는 뜻이다. 과학기술 수준이 비약적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나온 신조어다.

기술 도핑 논란의 대표 사례는 전신 수영복이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 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크게 줄인다. 100%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전신 수영복은 부력을 높이고 근육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2009년 로마수영선수권대회 때도 43개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인 전신 수영복은 2010년 결국 퇴출된다.

나이키가 개발한 '마법의 운동화'는 탄소섬유가 열쇠다. 최근 선보인 운동화 깔창에 탄소섬유가 포함된 바닥재를 사용했다. 이 바닥재는 착지 후 도약력을 크게 높이는 용수철 역할을 한다. 마라톤을 포함한 육상 종목 기록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운동화 무게는 184g에 불과하다.

나이키 '브레이킹2'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된 운동화들
<나이키 '브레이킹2'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된 운동화들>

탄소섬유판은 신발 밑창 중간에 스펀지처럼 가는 직선 형태로 박혀 있다. 나이키 측은 “탄소섬유판이 새총 또는 투석기 역할을 한다”면서 “착지 후 내딛는 힘을 13% 정도 높이고 에너지 소모는 4% 줄인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실이라면 이 신발을 신은 선수는 1~1.5% 경사진 내리막을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운동화는 나이키가 지난해 12월 착수한 '브레이킹2 프로젝트' 일환이다. 마라톤 풀코스 마의 벽으로 불리는 2시간대 기록을 깨는 프로젝트다. 현재 마라톤 세계 기록은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가 세운 2시간 2분 57초다. 각 분야 전문가 20여 명으로 전담 팀을 구성, 2년 내에 2시간 이하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첨단 과학 기술은 육체 능력을 높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스포츠 종목이 고도의 집중력과 담력,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뇌 전기 자극으로 순발력, 균형감각, 집중력을 높이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른바 '뇌 도핑'이다.

스키점프 선수가 뇌 자극용 헤드폰을 쓰고 훈련하면 균형감각이 80%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의 특정 부위를 전기 신호로 자극한 결과다. 점프력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선수보다 70% 높았다. 사이클 선수에게 뇌 전기 자극을 가해 피로감을 2분이나 더 늦게 느끼게 한 사례도 있다.

기술 도핑은 한 동안 체육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도핑'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 뜻을 담고 있다. 훈련과 노력으로 신체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기력 향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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