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개기일식이 만든 자연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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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만의 우주쇼'에 미 대륙이 술렁였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을 가로지른 개기일식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으로, 지구에서는 하늘의 태양이 사라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생의 신비를 체험할 기회에 과학자는 물론 대중도 열광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이번 일식을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로 명명했다. 닐슨은 이번에 2150만명이 개기일식 관련 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했다.

2017년 8월 21일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사진 : NASA)
<2017년 8월 21일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사진 : NASA)>

일식(solar eclipse, 日蝕)은 부분일식과 개기일식으로 나뉜다. 우선 태양, 달, 지구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달은 자전하는 지구 주위를 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각 궤도가 진행되면 태양-달-지구 순의 일직선 배열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때 지구의 특정 지역에서는 달이 태양을 가려 태양 대신 달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 현상이 일식이다.

달의 그림자는 아주 어두운 본그림자(本影)와 반그림자(半影)가 있다. 일식을 관측하는 지역이 본그림자 안에 들어가 있으면 태양 전체가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반그림자 속 지역에서는 태양 일부만 가려진다. 부분일식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삼키는 개기일식은 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평생 보기 힘든 희귀한 경험으로 꼽힌다. 이번에 일식이 관측됐던 미국은 1979년 개기일식이 마지막이었다.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그레이트 이클립스'는 1918년 이후 99년 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때인 1887년 마지막 개기일식 후 부분일식만 수차례 관측됐다.

과학계가 개기일식을 주목하는 건 태양 관측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는 아직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권의 가장 바깥 부분이다. 그런데도 태양 표면보다 온도가 월등히 높다. 태양광구의 표면 온도는 5000~6000℃, 코로나 온도는 100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온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코로나를 포함한 태양의 대기 활동은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풍, 자기장과 관련이 깊다. 이 때문에 태양 대기 연구는 천문학계 중요 화두다. 한국천문연구원도 개기일식을 통한 코로나 관측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2017년 8월 21일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사진 : NASA)
<2017년 8월 21일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사진 : NASA)>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코로나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서 태양 가장자리만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일식이 시작되면 달이 태양을 조금씩 가리다가 정 가운데에 위치한다. 이때 반지 모양의 가장자리에서 코로나가 이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기일식은 코로나 외에도 태양풍, 자기장, 각종 물리 이론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1919년 개기일식 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되기도 했다. 영국 천문학자 아서 스텐리가 개기일식 영상 속 별의 위치를 근거로 '강한 중력에 의해 빛이 꺾일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

케리 블랙 미국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원은 이번 개기일식을 두고 “지구 전체가 대규모 자연 실험실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이번 개기일식 때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됐다. NCAR는 비행기를 띄워 개기일식을 관측했다. 시속 1100㎞ 속도로 개기일식을 따라가며 코로나가 방출하는 플라즈마를 관찰한다. NASA도 고고도 항공기 2대를 띄워 고화질 관측 사진을 얻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차세대 코로나그래프(코로나관측기) 성능을 시험했다. 우주선, 인공위성이 동원되는 등 우주에서의 관측도 이어졌다.

우주에서 바라 본 개기일식 그림자(사진 : NASA)
<우주에서 바라 본 개기일식 그림자(사진 : NASA)>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일식이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태양의 빛이 잠시나마 차단됐을 때 지구의 기상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집중했다. 태양 활동이 지구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이터로 활용한다. 개기일식 순간 발생한 미세한 온도, 습도, 풍속 차이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일식 상황에서의 날씨 변화 모델을 찾아낼 계획이다.

한반도에서는 18년 뒤인 2035년 9월 2일에야 일식 관찰이 가능할 전망이다. 천문연구원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일식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한다. 개기일식은 강원도 일부, 북한 평양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부분일식만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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