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규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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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규제의 딜레마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지났다. 정부 각료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준비된 위원장이었다. 국민들은 '갑질 문화' 근절에 칼을 빼어든 김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항간에는 “공정위가 이렇게 중요한 부처였나”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치킨 가격 인하부터 시작해 프랜차이즈 갑질 문화 개선이 주목받은 결과다. 공정위는 민생 경제 정부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학자로서,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그의 생각과 소신은 공정위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을의 눈물 닦아 주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형이다.

사이버 세상은 어떤가. 현실의 잣대를 온라인 세상에 적용하면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지난 2005년에 출간한 '세상은 평평하다'는 세상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좌지우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이 기술, 정보, 경제의 벽도 허물고 있다는 분석은 화제였다. 세상은 울퉁불퉁해진 지 오래다.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화 물결을 타고 온라인은 현실 세계를 닮아 간다. 불평등은 심화됐다. '빅2' '빅3' 기업만 살아남는 정글로 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규제도 만들어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얼마 전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것도 같은 배경이다. 네이버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및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는 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법은 줄기차게 발의된다. 반면에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은 법적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국가의 규제 능력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 공간과 달리 국가 간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버를 해외에 둔 다국적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규제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카카오 등 관할권이 미치는 국내 기업 대상의 규제 만들기를 택했다. 쉬운 길을 택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실권은 미약해 보인다.

사이버 공간은 인터넷 출현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혁명으로 야기된 법적 딜레마를 실타래처럼 풀어야 할 시점이다.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는 정보 주권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회 역시 사실상 속지주의를 근간으로 한 세법 개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과세 주권 확립의 첫 시발점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규제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국적 IT 기업은 규제의 틀 밖에 머무르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투명인간이 된다. 점점 한국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국가는 국민이 부여한 절대 권력이다. 그러나 투명인간은 국가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국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도 2인 삼각달리기를 하면 절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없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발을 묶고 달리기를 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협상력이 떨어진다. 국경을 허무는 인터넷 경제 활동에 대한 적정한 대책이 마련될 때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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