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Ⅱ]퍼스트무브 '부품'<3>첨단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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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부품 전쟁이 더 치열해진다. 미래 유망사업에서 핵심 부품 원천기술력을 토대로 한 '부품 주권'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한국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을 필두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자산업 강국이다. 그러나 핵심 소재와 부품, 원천기술 비용을 일본 등 선진국 기업에 내주곤 했다. 미래 시장에서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면 부품 주권을 해외에 내줬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부품 주권을 잃는다는 것은 미래 부품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라이선스 비용으로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저하된다. 세계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 하락은 치명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전이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고, 서비스 현장과 가정에도 새로운 변화가 이뤄진다.

로봇과 IoT가 가져올 혁신을 완성할 부품 생태계 조성이 필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이들 변화를 근본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부품이다. 원천기술을 선점해야 해외 부품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주역 '로봇'…국내 부품산업은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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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공정 자동화가 로봇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 로봇산업은 기술적으로는 세계 수위권이라는 게 업계와 각종 보고서 평가다.

산업기술평가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기준 국내 로봇산업 수준은 100점 만점(미국 기준)에 80.6점이었다. 일본(97.7점), 유럽(94.6점) 등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던 국가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73.8점으로 평가했다. 각 기관 평가를 종합하면 한국 로봇 기술력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4위권으로 평가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로봇산업 경쟁력에 가려진 로봇 부품 생태계다. 우리나라 로봇 완제품 경쟁력은 수위권이지만 개별 부품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산업기술평가원은 로봇 분야 선택적 연구개발(R&D) 우선 순위로 부품을 1순위에 올려뒀다. 의료로봇과 인식지능, 판단지능과 나란히 '아주 긴급히 필요함' 단계로 진단했다.

개별 부품 경쟁력은 강화가 절실하다. 국내 로봇 핵심 부품 공급 생태계를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봇에는 센서, 제어기, 구동기 등 각 기능을 담당하는 다양한 부품이 들어간다. 로봇 구동을 위한 핵심 부품에는 엔코더, 감속기, 모터 등이 꼽힌다.

엔코더는 모터, 바퀴 회전 속도나 회전 각도를 측정할 때 쓰인다. 로봇이 정밀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엔코더가 움직임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엔코더가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로봇 움직임에 오차가 발생한다. 우리 산업현장에서 고도 정밀 엔코더는 아직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다.

로봇 심장 역할을 하는 모터에도 엔코더가 필수다. 국내 엔코더 부품 경쟁력을 경쟁사 수준으로 높이지 못하면 모터에서도 외산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감속기는 미국 하모닉 드라이브의 '하모닉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제품명이 부품 대명사처럼 불린다. 감속기는 로봇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어변속장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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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주권을 갖추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원청인 로봇 완제품 업체가 납품처인 부품업체에 '목줄이 묶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로봇 수요가 늘어나면서 로봇 핵심 부품 수요가 치솟고 있다”면서 “일부 핵심부품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가 국내 로봇기업에 부품 납기를 한 달 이상 넘기는 바람에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공급사가 하나로 좁혀지는 단일 공급사 거래다 보니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눈치를 보는 셈이다. 로봇 완성업체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납품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다른 업체를 찾을 여력이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부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납품 차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2개 이상 공급사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이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로봇용 제어기에서는 미국 78% 수준으로 2년의 기술격차를 보였다. 로봇용 구동기는 일본 76% 수준, 기술격차 2.7년으로 추산된다. 로봇 구동기는 로봇 부품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이는 품목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부품 공인인증체계를 갖추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공인기관 부품 성능인증은 부품 품질을 보증하는 지표가 된다.

전자부품연구원은 로봇용 고정밀 감속기 성능 시험기 등 시험장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연내 시험 장비를 들여온다. 현재 국내 로봇 감속기 부품 성능 시험기를 갖춘 곳은 경남테크노파크 정도다.

◇IoT로 재부상하는 전통부품…첨단 부품으로 변모

커넥터와 센서는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각종 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부품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통 부품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고도화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좋은 사례가 커넥터다. 커넥터는 기구 간 전기연결을 담당하는 부품이다. 과거에는 단순 물리연결을 담당하는 부품이었다. 최근에는 IoT 통신모듈, 소형 컴퓨터 등을 부착해 스마트팩토리 설비에 쓰인다. '연결성'이라는 4차 산업혁명 핵심이 커넥터 부품에 녹아들고 있다.

부품이 고도화되면서 산업 흐름에 맞게 변모하는 것이다. 커넥터 본연 기능에 첨단 기술이 추가돼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커넥터 시장에서는 독일을 근거지로 둔 하팅이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꼽힌다.

우베 그라프 하팅 본부장은 “커넥터는 과거부터 쓰이던 부품이지만 전기차 충전소,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 등 각종 신산업에서 커넥터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커넥터 비중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호재”라고 설명했다.

센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부품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폰에서부터 첨단 장비까지 센서 쓰임새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센서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아이템이다. IoT, 산업현장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에도 센서가 들어간다. 스마트폰, 스마트카 수요까지 합치면 세계 센서 시장은 기하급수로 커진다. 2025년에는 센서 1조개 시장이 도래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세계 센서 산업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국내 센서 산업 생태계는 매우 취약하다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국내 수요 70억달러 중 9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다. 국내 센서 생산업체 85%는 매출액 300억원 미만 소기업으로 영세하다.

실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수요 급증으로 센서 수요가 덩달아 뛰었지만 대부분은 외산 센서 기업의 몫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용 센서 수요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국내 센서업계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반도체 등 첨단 공정에 들어가는 장비 중 일본산 장비가 다수인데 호환 센서도 일본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성 전자부품연구원 부천메카트로닉스연구단장은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데 외국산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면서 “기업으로서는 단계별 기술 개발을 밟아가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품 기업과 완성품 기업 간 기술개발 협업으로 부품 개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