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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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황사 못지않은 봄철 불청객이 산불이다. 건조해진 땅과 숲은 불이 붙기 쉽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바람을 타고 옮겨가는 건 삽시간이다. 결국 숲 전체를 태우고 재산과 산림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당국이 매년 주의를 당부하지만 가뭄과 바람 같은 기상 조건, 인간의 실수가 겹치면 산불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요즘 산불은 점차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겨울은 유난히 산불이 잦았다. 지난 10년 평균보다 2배 이상 건수가 많았고 피해 면적은 5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 대형 산불은 지난 달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했다.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닷새 간 불이 잡히지 않았다. 산림 피해 면적은 237㏊로, 당초 추정의 2배에 달했다. 축구장 면적의 332배에 해당한다. 피해 복구는 2020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봄에 산불 피해가 큰 것은 강수량과 바람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3, 4월은 강수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나무가 품는 수분량도 이 시기 가장 적다. 조그만 불씨에도 나무가 불탈 수 있는 조건이다. 바닥에 쌓인 마른 낙엽, 마른 나무는 산불을 위한 최적의 '연료'다. 게다가 침엽수는 송진을 품고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다. 강원 산지에 산불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겨울 가뭄까지 기승을 부리며 건조해진 탓에 산불 위험이 커졌다.

봄의 바람과 온도도 산불이 나기 좋은 특성을 보인다. 강한 바람은 대형 산불의 결정적 요인이다. 산불을 나무에서 나무로 숲에서 숲으로, 불이 옮겨 붙으며 커진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려면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나무가 밀집된 지역에서 한꺼번에 타고 있을 때는 산소가 부족하다. 연소 과정에서 엄청난 산소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연소열 때문에 발생하는 상승 기류도 상층에서의 산소 유입을 막는다.

하지만 만약 이때 주변의 신선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산림 중심으로 유입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산소가 불과 만나면 불길이 거세진다. 잘 타는 정도를 넘어 강력한 불의 폭풍, 즉 '파이어 스톰'이 발생한다. 거센 바람으로 인한 산불의 일반적 추세다. 산불 재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제목이 '파이어 스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잦은 것도 바람과 관련이 있다. 봄철 강원도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불어닥치는 '양간지풍'이다. 영서 지방에서 영동 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으로, 고온 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게 특징이다. 영동 지방에서 보이는 풍속은 초속 15m 이상이다. 관측 최고 풍속은 초속 45m에 이른다. 태풍급이다. 빠른 풍속이 산불을 키운다고 해 이 지역에서는 '화풍(火風)'이라고도 불렀다.

양간지풍은 기온 역전 현상과 관련이 있다. 봄철 한반도 남쪽에는 고기압이,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한다. 이런 기압 배치에 강원도에서는 따뜻한 서풍이 불고, 태백산맥 위 고고도 지역에 지상보다 따뜻한 공기가 자리하는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대기의 상하 대류가 적어진다. 바람이 지나갈 좁고 탄탄한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이때 산맥 아래에 차가운 공기가 지나면 압축된 강한 바람이 분다.

최근 대형 산불 원인으로 지목된 또 다른 원인은 기후 변화다. 과학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를 잿더미로 만든 초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이상 기후를 지목했다. 당시 산불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관측될 정도로 규모가 컸고, 40명 넘는 사망자와 6000여 채의 주택 피해를 냈다.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지경에 이르렀다. 시속 100㎞가 넘는 '악마의 바람'이 직접적 원인이다. 1등급 허리케인과 맞먹는 풍속의 바람이 손 쓸 틈도 없이 불씨를 퍼날랐다.

이 지역의 바람은 원래 '샌티애나'로 불리는 돌풍이다. 서부 내륙 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태평양 해안가로 몰아친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강한 위력을 갖게 된 건 비정상적으로 높은 태평양 해수 온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상 고온으로 인한 기압 이동으로 폭풍 위력이 배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여름은 유례없는 고온을 기록했다. 9월 초 샌프란시스코만 기온은 41℃까지 치솟아 10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산불 피해가 컸던 산라파엘도 42℃까지 올랐다. 이상 고온은 산불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지난 겨울 비를 맞고 무성해진 풀과 나무를 바짝 말린 것이다. 결국 이상 고온이 정점을 찍은 바로 다음 달 대형 산불이 터졌다.

전문가는 기후 모델 변화가 초대형 산불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기후는 큰 비 뒤 큰 가뭄이 따라오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다호대·콜롬비아대 공동 연구팀은 1979년 이후 미국 서부 지역 숲의 가뭄이 1.5배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환경에선 식물은 바싹 마르고 돌풍은 강해진다. 작은 마찰도 불씨를 만들고, 불씨는 더 넓게 퍼진다.

르로이 웨스터링 UC머시드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기온과 돌풍, 산불 발생을 일으키는 원인은 결국 기후 변화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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