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반도체 경쟁력 10% "자연상승"

5월 초 한때 달러당 1백28엔 가까이 치솟던 엔화가 1백10엔대에서 안정세를 보이자 요즘 반도체 및 브라운관업계는 엔고바람이 몰고올 득실을 따지느라 바쁘다. 일본은 수출시장에서 당장 맞부닥치는 실질적인 경쟁상대일 뿐만 아니라 이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장비, 재료등 주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는 일단 엔화가치 상승이 가격경쟁력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의 한 임원도 『당장은 뚜렷한 영향이 없다해도 올 하반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10% 이상의 수출경쟁력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환율변동에 따른 순익부문의 증대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이에따라 반도체업체들은 각각 1백5엔,1백10엔,1백15엔대 등 몇가지 엔화절상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든 당초 예상한 수출목표치보다는 5∼10%정도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주 내용이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는 55억달러,LG반도체와 현대전자는 각각 30억달러에 가까운 반도체수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비와 재료 등 주변산업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 주변산업들은 대일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엔화상승에 따른 추가부담요인이 적지 않다. 『64MD램 이상급의 장비, 재료부문에서는 일본제품이 전체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 종전보다 5% 이상의 가격인상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자업체 구매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가파른 엔화상승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중인 반도체 3사 전략분석팀들은 이에따라 『아무리 일본업체들이 환율변동에 대비해 해외공장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해도 엔화강세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며 특히 일본업체들의 손익분기점 분석과 향후 가격전략 전개가 가장 주목된다고 밝혔다.

엔화강세를 바라보는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의 표정은 더욱 밝다. 올 초 공급과잉에다 엔저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삼성전관,LG전자,오리온전기 등 국내 브라운관 3사는 이번 엔화상승으로 시장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시장회복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17인치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경쟁력을 확보가 한층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관과 LG전자는 엔고에 힘입어 최근 17인치 CDT의 대만 및 일본 수출이 종전보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내업계의 최대과제인 고부가제품 위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중저가 제품의 경우 당장은 엔화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업계는 17인치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14인치,15인치 등 중저가 제품은 대부분 동남아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엔화 환율변동이 가격경쟁력에 미칠 영향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업계는 최근의 엔고로 회복된 17인치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활용,이의 생산과 판매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 난국을 타개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노무라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무역수지,금리 등 모든 구조적인 요인이 올 연말까지는 최고 1백5엔대의 강세가 예상될 정도로 엔화상승으로 집중돼 있다』고 전망하며 이에따라 반도체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매출증대효과는 물론 수익율면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묵,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