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원들의 잇단 벤처행과 이직으로 연구과제 수행에 차질을 빚는 등 IMF에 이어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의 부서들마다 연구개발의 주축인력인 3∼10년차 연구경력 인력이 턱없이 부족, 연구개발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6일 ETRI에 따르면 올해들어 11월 현재 연구소를 떠난 연구원은 총 299명으로 지난해 206명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연구원들의 잇단 이직현상은 ETRI가 IMF 이후 평생직장으로서의 매력을 잃은데다 그동안 다년간 축적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벤처에 도전하려는 연구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ETRI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들조차 일부는 퇴근 후 연구원 창업보육센터내 벤처기업에서 제품 개발을 돕는 등 아르바이트에 나서거나 창업을 준비중에 있어 연구원들의 이탈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들의 이직현상이 심각해지자 연구과제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WDM 전송장치와 ATM 전송망 등을 개발하는 광통신연구부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까지 연구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소를 떠났다.
거의 신입연구원들로 채워진 이 부서는 주도적으로 과제를 이끌어갈 중간 계층의 연구인력이 거의 없어 과제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IMT2000개발본부내 일부 부서에서는 아예 퇴근시간을 9시30분으로 늦추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대부분의 핵심 연구인력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과제진행에 차질을 빚자 시간을 늘려서라도 연구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부분이 신입사원이어서 연구개발 추진능력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다 물리적으로 연구개발시간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대역통신망연구부, 가상현실연구개발센터, 언어공학연구부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기업에서조차 선호하는 이들 연구소의 절반 가량 되는 연구인력들이 올해 연구소를 떠나 벤처행을 택하는 등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황이 이렇자 비교적 쉬운 과제조차 입안도 못하는 부서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연구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경직된 연구 분위기 탈피를 위해서라도 연구소가 경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부서마다 특성이 각기 다르기도 하지만 많은 연구인력이 빠져나간 부서는 어려움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자발적으로 연구소를 나가겠다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