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다음 유럽 경제 장관 회의에서 국가간 자본 이동에 부과하는 세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빈세(Tobin Tax)로 알려진 이 제도의 지지자들은 세금 부과로 인해 외환투기 억제 및 외환 시장의 안정,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재원 조성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다. 선진국 지도자 중 논란이 되고 있는 토빈세를 지지하는 것은 조스팽 총리가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토빈세가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조스팽 총리의 이러한 제스처는 2002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 장관의 ‘인도적이고 융통성 있는 세계화’라는 표현은 프랑스가 산업화된 세계에서 개발도상국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프랑스는 이를 통해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식 세계화 정책으로 인해 프랑스는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는 깊어지는 반면, 미국과의 갈등은 고조될 것이고 EU의 다른 회원국들과도 어느 정도의 마찰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입장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이 함께 밀어붙이고 있는 새로운 세계무역협정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맏형격인 인도, 브라질 등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개발도상국과 반세계화 세력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약화시키는 외환투기 세력들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외환투기 세력들이 초래한 외환투매 현상은 1998년 동남아시아와 러시아에서의 급속한 자본 이탈을 불러왔고 이는 신흥시장 국가들의 금융파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주창한 토빈세는 세계 외환 시장 통제에 탁월한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빈세 지지자들은 외환 투기 억제와 외환 시장의 안정을 위해 모든 국가간의 외환 거래에 거래금액의 0.1%에서 0.5%의 세금 부과를 제안하고 있다.
일일 세계외환거래량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하고 토빈세를 통해 하루 15억달러에서 75억달러 정도의 재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수입은 국제 개발 프로젝트에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 토빈세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토빈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제도가 환율의 적정한 조정과 빈국으로의 자금유입을 억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들과 다국적 기업, 국제 투자 은행들의 강력한 반대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조세제도의 도입과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은 토빈세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빈세 제도의 도입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조스팽 총리가 이를 주장하는 데는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국내적으로 그는 프랑스 유권자들 중 두 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 우선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프랑스 내에서 330만에 달하는 외국계 이민자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두번째로 프랑스는 특히 농부들 환경보호운동과 반세계화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두 세력의 힘을 확보함으로써 그의 좌파 연합, 특히 그가 2002년 대선에서 시라크 현 대통령을 꺾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끌어내야 할 녹색당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봐도 토빈세 지지는 안정적인 선택이다. 가장 먼저 그런 주장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과의 관계나 자국 산업에 주는 상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프랑스는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들과의 유대 강화와 프랑스가 반세계화 운동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프랑스는 세계 무역이나 환경과 같은 주제와 관련하여 자국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확대된 자국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통신이나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자국의 시장은 보호하는 반면 이 분야의 해외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번 토빈세 제안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지라도 개발도상국들이나 반세계화주의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빈국의 외채 탕감이나, 국제원조확대, 부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과 같은 주제와 관련해서도 국제사회에서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프랑스의 지지를 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 특히 미국과 독일은 프랑스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런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특히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프랑스의 야심을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며, 독일은 유럽이 한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