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체가 많게는 4∼5개의 협회에 소속돼 있을 정도로 기능과 역할이 비슷한 e비즈니스 관련 각종 단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국내 e비즈니스 관련 단체는 줄잡아 20개 내외로 대부분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및 각종 협회 등 유관기관 주도로 설립돼 주체기관은 각각 상이하나 소속 업체는 물론 업계 친목도모, 대정부 건의 창구, 정보공유, 사업 공동화 등 설립목적은 대부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계 공동의 이익이나 사업 특성에 따라 설립되기보다는 관주도 성격이 짙은 단체들이 많아 회원사 결속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200여 회원사와 16개 단체를 거느리며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회장 홍석현)는 지난 3월 창립행사를 갖고 제주도에서 한 차례 세미나를 개최한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 전담 사무국도 없어 전자거래협회에서 관련 업무를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정부 창구 기능, 민관 연합회 차원의 정기 간담회·토론회 개최, 공동협력사업 발굴 및 기업간 전략적 제휴 유도 등 창립 초기에 밝혔던 연합회의 역할이 무색한 상태다.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 홍석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발기인대회서 “e비즈니스 관련 유사·중복 단체의 난립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합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연합회 자체가 또 다른 ‘옥상옥’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5월 창립총회를 가진 B2B e마켓플레이스협의회(회장 이금룡)는 몇 차례 열린 업체 간담회와 지난달 전자서명 관련 세미나 개최가 활동의 전부이다시피한 실정이다. 협의회에는 20개 e마켓 34개 업체가 소속돼 있지만 회원사 관리 및 대내외 사업 등은 이금룡 회장이 대표로 있는 옥션의 직원 두명이 겸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텍21 등 소속 e마켓 업체들은 독자적인 활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산자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까지 획득한 섬유·패션전자상거래협회(회장 조정래)도 설립 초기 기대와는 달리 B2B시범사업 관리 외의 고유 업무활동은 부진하다. 최근 B2B코리아 등 회원 업체간 활발히 진행중인 인수·합병건에도 협회 차원의 중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협회의 이홍선 사무차장은 “이달중 이사회가 열려봐야 내년도 사업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올 하반기에는 별다른 사업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협회 구성 자체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농림부의 김재수 농산물유통국장은 5개 농축산 e마켓 업체 대표를 불러 ‘농산물 EC협의회’ 구성을 제안했으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선업체 입장에서는 농림부 제안에 반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나 이미 3∼4개 단체에 가입해 있고 특별히 기대할 만한 사안도 없어 업체 대부분 협의회 구성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에 대항해 최근 e베이, 오비츠닷컴 등이 모여 설립한 미국의 넷초이스(NetChoice)와 같이 유관단체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업계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