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최대 컴퓨터 업체인 롄샹(聯想)을 방문한 LG그룹 관계자는 “3, 4년내에 중국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컴퓨터를 생산하는 업체가 되겠다”는 롄샹의 설명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9.5계획’ 기간중 중국 PC산업이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롄샹의 주장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 컴퓨터시장 매출액은 대략 2000억위안 정도. 연간 판매량 700만대로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데스크톱PC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가 중국 제품에 밀려난 지 오래다. 롄샹, 팡정, 창청 등 빅3를 위시한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PC시장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외국 브랜드로는 IBM 정도가 겨우 ‘톱5’ 내에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전체적인 IT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중국 PC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6.4%나 증가한 108억달러를 기록했다. PC산업에서 중국은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롄샹그룹의 시스템통합(SI) 부문 자회사인 디지털차이나 위리산 부총재는 “중국이 전통적으로 기계산업을 중시해왔으며 풍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컴퓨터 제조시장에서의 중국 강세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과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노트북PC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데스크톱PC와 달리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노트북PC 시장은 IBM·델·도시바 등 외국 브랜드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로는 역시 롄샹의 노트북PC 시장점유율이 올 상반기 23%로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컴퓨터 산업의 원조격인 스퉁그룹 주시두 총재는 “한국은 대부분의 가정과 기업에서 PC를 사용하고 있으나 중국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의 PC보급률도 30%에 불과하고 전국으로 볼 때는10%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말해 IT분야의 무서운 성장 잠재력을 암시했다.
이같은 하드웨어(HW)시장의 여세를 몰아 중국은 이제 소프트웨어(SW) 분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스퉁·디지털차이나·차이나소프트네트워크와 같은 중국의 주요 컴퓨터 업체들 대부분이 “중국시장도 이제 단순 HW 차원이 아닌 솔루션 또는 SW개념의 종합적인 IT서비스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롄샹이 대규모 업무조정을 통해 시스템통합(SI) 서비스를 제공할 디지털차이나를 별도 자회사를 만든 것도 HW에 이은 IT솔루션 시장의 부상에 대비한 포석이다.
하지만 아직 SW생산총액은 전체 GDP비중의 0.03%에 불과하다. 종업원 1000명 이상인 기업도 롄샹, 베이다팡정과 중롼총공사 등 극소수다. 해적판 SW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불법복제율이 높은 것도 SW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SW산업의 전망치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향후 ‘10·5계획(2001∼2005년)’ 기간 중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을 거듭, 오는 2005년 중국 SW 시장규모는 2500억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시스템SW가 120억위안, 지원SW가 320억위안, 응용SW가 400억위안, SW서비스업이 1600억위안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05년에는 전세계 SW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로 올라가고 10억달러 이상의 SW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총 생산액이 10억위안 이상되는 SW기업을 20개 이상 만들고 100개 이상의 자체 SW제품도 개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베이징·상하이·다롄·청두·시안·지난·항저우·광저우·장스·난징 등 10개 도시에 국가급 소프트웨어 산업단지를 조성중이다. SW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주요 시스템 솔루션 대부분을 외국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중국 국무원도 5∼10년 내에 각종 SW를 국산화한다는 방침아래 SW 육성책을 펼치고 있으며 내년 제2거래소 설립시 SW기업을 우선 상장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SW기업의 부가가치세는 3%며 소득세도 이윤 발생후 2년간 면제된다.
차이나소프트네트워크의 궈셴천 총재는 “중국의 SW산업은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지만 세무, 교통 등 공공부문 정보화사업과 함께 IT기술을 활용해 관리수단을 개선하고 생산효율을 올리려는 기업의 요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ERP 재무관리 등 각종 기업관리 SW시장은 지난해 58억7000만위안에 달해 전년보다 22.3%나 증가했다. 현재 전국 74%의 중점기업들이 웹사이트를 개설·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3%의 기업이 ERP도입을 검토중이다. 전국 1100만 중소기업도 기업관리SW의 최대 잠재고객이다.
특히 WTO가입으로 향후 중국기업도 국제질서에 맞는 상거래 관행과 재무제도의 도입을 요구받게 됨으로써 재무 및 관리 SW 등 기업관련 SW시장의 성장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환 안철수연구소 중국지사장은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SW 불법복제율이 국제수준으로 낮아지면 패키지SW의 영업도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HW 및 SW업체들이 중국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중국 IT시장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인터뷰:차이나소프트네트워크 궈셴천 총재
95년에 21명의 인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500명 이상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차이나소프트네트워크는 중국 SW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중국의 세무관련 SW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보안, 미들웨어, 리눅스 분야에도 진출해 있다.
이 회사 궈셴천 총재는 “차이나소프트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1급 SW기업으로 인증받은 18개 업체 가운데 하나로 중국에서 5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SW 전문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의 SW산업은 이제 막 출발 단계라는 얘기다. 하지만 SW 분야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구 총재의 신념은 확고하다.
“지난해 신식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SI시장 규모는 270억위안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근 정부나 기업의 정보화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 분야의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구 총재는 설명했다.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기업들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SW기술이 필수적이라는 마인드가 중국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유다. 실제로 구 총재는 “SW가 효율과 이윤을 높인다”는 말을 SW영업의 모토로 삼고 있다.
95년에 21명의 멤버로 출발해 99년에 87명, 그리고 지난해 380명에 이어 올 연말이면 전체 직원 수가 600∼7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차이나소프트의 발전 모습도 중국 SW산업 성장세를 그대로 말해준다.
구 총재는 “최근 차이나소프트가 운영하는 IT학원의 국제자격증 취득이나 자바언어 교육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몇개월씩 기다려 할 정도로 인기”라며 “중국 SW산업은 이제부터가 출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