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주년>IT분야 CEO들이 본 내년 경기전망-수출 시장다변화만이 살길

 전자신문사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전자·정보통신(IT)업계가 현재의 국내외 경제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경제환경에 알맞은 사업구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 하반기 경제상황과 함께 2002년도 전자·정보통신산업 환경 및 전망에 관한 CEO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 209개 전자·정보통신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구조화한 설문지를 통해 전화·팩스로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5일까지 23일간 1차 조사를 실시한 후 미국 테러사태 발생 이후인 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2차 조사를 실시하는 등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CEO들의 인식변화까지 감안해 조사했습니다. 조사대상 표본산출 및 결과추출은 정보통신서비스·정보통신기기·가전산업·반도체부품산업·산업전자·컴퓨터·SW·유통산업 등 8개 업종으로 나눈 후 할당추출법을 이용했습니다. 편집자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살 길은 시장다변화와 구조조정, 기술개발을 통한 시장창출뿐이다.”

 전자신문 창간 19주년을 맞아 설문에 답한 CEO들은 이같은 답변을 통해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세계 경제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제시하면서 기업생존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세계경제 침체와 미국 뉴욕의 테러가 겹친 가운데 주요 전자·정보통신업계 CEO들의 시각은 우리 경제의 살 길이 수출과 신기술에 달려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CEO들은 올해 내수 17.8%, 수출 2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산업전자업체들은 올해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작년보다 무려 38.6%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7월까지 달성률이 전체 평균 50.2%에 불과하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성장률은 내년도에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미국 테러사태는 가뜩이나 어렵다는 세계경제를 더할 나위없는 충격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중동의 석유가격은 한때 최악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한 29달러대를 기록하고 있고 원자재가격도 들먹거리고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도 국제시장 가격이 60% 이상 폭락, 지난해 225억달러 수출, 총수출 비중의 15%를 차지하던 효자노릇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 최대 강국이자 지난 9년간 세계 IT산업 성장의 엔진이었던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는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세계화와 전자·정보통신 기술발달에 따른 금융·전자·정보의 민주화 등 여파는 전세계를 하나의 울타리에 놓이게 한 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불똥은 당장 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기로 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회피나 연기 등의 자금경색사태 정도로 간단히 끝날 것 같지 않다. 미국 증시의 재채기 현상은 한국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을 고사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활동위축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란 점에서 우려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수출드라이브로 40년 가까이 지속돼오던 우리 경제의 엔진이 여기서 멈춰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 총수출의 40%를 점하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앞세운 수출드라이브 엔진이 그 움직임을 멈출 때 우리 경제도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처럼 걱정하는 세계경기침체와 테러사태에 따른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사실 독립적인 경제단위를 갖추지 못한 소국의 비애다. 이번 테러사태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이르는 내수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반면 우리는 수출위축에 따른 경제난을 걱정해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런 수출환경과 세계경제의 침체속에 우리는 여전히 반전을 모색하면서 도전에 나서야 한다. 중국이 추격해 오고 일본은 창의력을 심어놓은 고난도의 전자·정보통신 신제품을 내세워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중간에 끼인 우리나라는 멈춰설 수도 없다.

 우리에겐 창조적인 브랜드, 신기술,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다변화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수출의 토대를 갖추면서 이를 체질화하는 길뿐이다. 13억의 엄청난 경제단위집단으로서 세계시장에서 우뚝서고 있는 중국을 이웃한 우리는 또 이 시장을 뚫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테러사태가 가져온 위기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해 수출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전대미문의 미국 테러사태는 오히려 우리에게 보안시장을 열어주는 커다란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기회에 세계 보안산업계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생체인식기기 등의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확고한 교두보 마련이 급하다. 특히 시스템통합(SI)산업 등과 연계해 시장진출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 미국이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을 준비하는 데 따른 수요확대 가능성도 호재다. 내년 5월 월드컵 축구행사 역시 세계적 수준에 달한 우리의 디지털가전기술을 세계에 펼칠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각국 정부의 세계 경제침체에 따른 위기의식과 이에 따른 부양노력 가능성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자신문 창간기념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내년도 세계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으리란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생존 차원에서 전자 IT수출을 끌고갈 수밖에 없다.

 내년도 경기에 대한 CEO들의 전망은 여전히 안개속을 걷는 듯 불투명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희망의 길도 숨어있다.

 주요 기업의 CEO들도 미국시장에 나타난 불안감을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는 시각에서 새로운 도전감으로 경제회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해답을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발생한 미국테러가 향후 어떤 전개 모습을 보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좀처럼 회생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세계경제침체 국면속의 이번 악재는 국가와 기업이 거듭날 것을 새삼 각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 조사대상 기업체의 90.4%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중요한 사안임을 드러내 보였다. 특히 이들이 정보통신·컴퓨터·SW·영상산업 등에서 시장정보 지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역할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장차 철길을 통한 태평양과 중국 및 러시아 시장을 열고 육로로 유럽시장까지 열게 될 남북교역에 대한 정부의 역할 역시 숙제다. 조사대상 CEO의 60.8%가 남북경협을 위한 투자위험 제거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벤처지원정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기업들이 많은 점은 정책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여전히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IMF이후 우리 경제의 해법을 벤처에서 찾았듯이 이제는 위기속에서 창조와 개척정신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문제해결의식을 갖고 모순과 갈등의 환경속에서 이를 대승적 시각으로 보고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 노력할 때 위기극복의 길은 열릴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