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생체인식·출입통제 시장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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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은 공상과학이나 첩보영화의 단골 메뉴다. 남의 지문이나 홍채를 교묘히 복사해 금고에 침입하거나 탈옥을 성공하는 장면을 보며 관객은 탄성을 지른다. 이제 생체인식이나 IT 기술을 이용한 출입통제는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개인 인증을 위해 특정한 영역에서만 사용되던 생체인식 기술이 자체 기술의 진보와 주변기술의 발전에 따른 가격하락 및 급속한 정보화의 흐름을 타고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생체인식(Biometrics)이란 사람의 생체적·행동적인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생체 특징을 이용한 기술로는 지문·얼굴·홍채·망막·정맥인식 등이 있으며 행동 특징을 이용한 기술로는 서명·음성인식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수년간 생체인식기술이 적용된 분야를 살펴보면 출입통제 같은 물리적 접근제어(PAC:Physical Access Control)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컴퓨터 부분에의 적용 비율이 급속하게 커지는 추세다. 98년 8%에 불과했던 컴퓨터 부문에의 적용 비율은 2001년 32%로 높아지고, 2002년에는 물리적 접근제어 분야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한 개인인증 방법은 조만간 공개키기반구조(PKI)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서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개인인증 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시장 현황=98년부터 2000년까지의 생체인식 시장에 대해 조사한 가트너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전체 생체인식 관련 회사들의 개발비용 대비 전체 매출 비중을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8년에는 생체인식 관련 회사들의 전체 매출을 100으로 잡았을 때 R&D 투자가 118이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99년부터 R&D 투자가 100 이하로 역전이 되며 2000년에는 59까지 급속히 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59는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수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생체인식시장이 본격적인 진입기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생체인식의 전체 시장규모는 다른 첨단 산업분야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보고서에 따라 시장규모 예측에 있어서 다소간 차이를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 보고서들이 생체인식 시장이 급속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2000년 생체인식 시장규모는 2억달러 정도였고 2001년에는 3억8000만달러, 2003년에는 15억달러로 예측된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80∼90%의 고도 성장을 해왔으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1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지문인식 시장의 경우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면서 2003년에는 전체 생체인식 시장의 6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점=생체인식 기술의 응용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홍채인식 기술을 응용하면 홍채 변화를 측정해 음주운전이나 마약복용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음성인식도 화자에 상관없이 명령을 인식하는 화자 독립 음성인식 기술과 특정 화자의 음성에만 반응해 개인을 인증할 수 있는 생체인식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화자 독립 음성인식 기술이나 음성합성(TTS:Text to Speech) 기술은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보안·관리 측면뿐 아니라 편리성의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생체인식을 위해 사용되는 개인 생체정보의 보안 문제다.

 마그네틱 카드나 열쇠, 패스워드의 경우 분실해도 재발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문이나 얼굴에서 추출한 생체정보의 경우 네트워크 상에서 유출되면 큰 혼란이 일어난다. 자신의 생체정보가 누설된 사실을 안 개인은 개인인증에 그 생체정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생체인식 기술과 관련된 업체들의 주 관심사가 센서의 개발이나 인식 알고리듬의 성능향상을 통해 인식 오류 비율을 낮추는데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들어 암호화 기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생체정보를 다루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망=현재 국내 생체인식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지문인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음성·정맥·홍채·얼굴인식 시스템 등이 상용화했다. 그러나 경찰청 등에서 범인의 지문 감식용으로 사용되는 생체인식 시스템을 제외한다면 국내의 생체 인식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 생체인식 기술에서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식 엔진과 센서 설계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가 다수 있으며 많은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응용제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기술의 질적인 측면이나 응용제품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실제로 많은 첨단 기술들이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반해 생체인식 기술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근소하거나 우위에 있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작년 2월에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교류를 강화하고 시장활성화, 표준제정, 시험 및 인증 환경 구축을 목적으로 국내 40여개의 생체인식 관련 업체와 30여명의 교수 그리고 연구기관 등이 참석해 생체인식협의회를 발족했다.

 95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생체인식 시장은 다양한 응용분야가 소개되고, 상용화 기술들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제품의 완성도 미흡 등으로 99년까지의 조정기를 거쳐 재도약 및 안정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시장의 안정화에 따라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거대 기업들의 연이은 진출과 그들의 자본력을 앞세운 고도의 마케팅, 기술개발 인프라의 활용 등에 따라 많은 격변이 예상된다.

 

◇분야별 생체인식 기술

 ▲지문인식

 지문인식 시스템은 생체인식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오랫동안 생체인식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져 온 분야다. 지구상에 동일한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통계학적으로 증명돼 왔으며 범죄 수사용으로 오래 전부터 이용돼 왔다.

 지문인식 솔루션은 사용자의 지문을 전자적으로 읽어 미리 입력된 데이터와 비교, 본인 여부를 판별하는 것으로 안전성과 편리성이 높고 생체인식 기술 중 가장 비용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전체 생체인식 시장 가운데 지문인식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홍채인식

 망막 표면의 혈관 모양이나 홍채에 형성되는 무늬는 사람이 태어난 이후 만 3세 이전까지 대부분 형성되며 일란성 쌍둥이라도 서로 다르다. 또한 특별한 외상이나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평생동안 변하지 않는다.

 홍채는 특히 망막과 달리 눈의 표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안구 내 질병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눈의 충혈과도 상관없다. 따라서 홍채인식 시스템은 다른 생체인식 시스템에 비해 인식 오류 비율이 매우 낮다.

 

 ▲얼굴인식

 얼굴인식 시스템은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가장 탁월하다. 하지만 얼굴의 각도· 표정·나이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 문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입력된 영상에서 처리대상인 얼굴 영역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얼굴의 열을 이용하는 방식과 3차원 영상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얼굴의 열 분포를 이용하는 방식은 얼굴 혈관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디지털 정보로 저장하는 것으로 얼굴에 외과적인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인식

 음성인식의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최근 음성인식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응용분야가 개척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환경 속에서의 다른 미디어와 통합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다.

 음성인식은 다른 생체인식과 마찬가지로 분실 우려가 없으며 특히 원격지에서도 통신망을 통해 사용자 인증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같은 사람의 목소리도 항상 일정하지 않으며 주위의 소음과 통신상태에 따라 인식률이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다.

 

 ▲장문인식

 미 스탠퍼드대학의 연구팀이 개인마다 손가락의 길이가 틀리다는 점에 착안해 약 4000명의 손가락 형태를 분석해 만든 것이 시작이다. 영상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한 길이에서 벗어나 손의 다양한 특징을 추출해 신뢰도를 높였다.

 손 모양 인식기는 3차원 이미지 상태로 사람 손의 길이, 너비, 높이를 측정한다. 적외선 불빛과 디지털 카메라는 손 데이터를 인식하는데 사용된다. 인식기가 크기가 크고 인식 오류 비율이 높아 보안의 중요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맥인식

 정맥인식 시스템은 지문이나 손 모양을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지문 또는 손가락이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손등의 정맥패턴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쌍둥이도 그 모양이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등의 피부로부터 정맥패턴을 추출해내는 것이다.

 반면 하드웨어 구성이 복잡하고 전체 시스템 비용이 높다. 또 아직 정맥인식의 신뢰도에 대해 학계의 명확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서명인식

 사람마다 글 쓰는 방식이 다른 것에 착안해 활용되는 기술이다. 작성된 서명의 물리적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과 서명하는 과정, 즉 펜의 움직임, 속도, 압력 등을 동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보안 측면에서는 동적인 인식방법이 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필체위조 등 본인확인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보안분야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전자결제 등 사내에서 본인확인이 필요한 부분에 활용되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