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이다>(1)IT제품 수출 확대 새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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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억 세계인의 축제인 2002 한일월드컵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전세계 어느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팀의 4강 진출로 이번 월드컵은 우리 국민에게 화합·열정·자신감이라는 중요한 선물을 안겨줬다. 이에 못지 않은 보너스로는 ‘디스카운트 코리아’에서 ‘밸류 코리아’로 옮겨가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7일 후면 월드컵 축제는 막을 내린다. 이제는 월드컵을 축구만의 행사가 아닌 ‘IT코리아 부훙’ 시대로 이끌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본지는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IT분야 융성의 계기로 이끌어내야 할지를 5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의 정보통신전시회인 커뮤닉아시아에 마련된 한국관에는 한산했던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넘쳤다.

 18일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가자 외국인 관람객들이 “도대체 한국이 어떤 나라길래 8강에 올랐냐”며 전에 없던 관심을 나타낸 것. 물론 전시업체들도 월드컵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비디오 콘퍼런스 장비와 웹패드를 출품한 이승표 보익스 사장은 “월드컵의 영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이탈리아전 이후 부스를 찾는 외국인 관람객과 자연스럽게 상담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상담건수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제 월드컵 4강 효과를 수출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IT분야에도 나타나는 월드컵 효과=IT분야에도 월드컵 효과가 녹차맛이 우려나듯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한국 IT산업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다.

 해외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하는 코어세스의 최연주 홍보팀장은 “해외 바이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처음에 어떤 주제로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는가였다”며 “이제는 서로 자연스럽게 월드컵을 소재삼아 상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 멕시코 법인장 박충모 상무는 “축구에 광적인 멕시코인들은 비록 자국팀의 8강 진출 실패로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으나 8강 상대팀으로 유력후보였던 한국팀을 주목해왔다”며 “특히 길거리 응원은 멕시코인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해줬으며 이제는 한국축구, 더 나아가 한국 국민을 배우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멕시코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덩달아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도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전옥표 마케팅팀장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가전제품·휴대폰 등이 전시된 해외 판매장에서 고객의 발길과 평가가 더욱 개선된 것을 글로벌 채널을 통해 전달받고 있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수출 증가와 브랜드 인지도가 한단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털어내라=월드컵 개최 이전까지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 국민이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주원 부원장은 “최근까지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조사하면 ‘마땅한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는다’가 40%, ‘분단국가·IMF’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30%였다”며 “한국팀의 4강 진출과 ‘레드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질서정연하면서도 혼연일체를 이루는 응원문화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180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전옥표 팀장은 “IMF 당시 삼성전자는 국가금융위기와 반도체 경기침체 등과 동반해서 주가는 물론 기업이미지가 급락하는 것을 경험했다”며 “기업이미지와 국가이미지가 떨어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IMF를 통해 절감했다”고 말했다. 모니터 수출 전문기업인 아이엠알아이의 장은석 이사는 “한국 제품의 프리미엄은 대만·중국과 비교해서 같은 값이면 한국산을 사겠다는 정도”라며 “해외 바이어들이 앞으로는 더 비싸더라도 한국산을 사겠다는 의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디스카운트 코리아를 밸류 코리아로=이번 월드컵이 한국 축구만의 성과로 머물러서는 안되며 한국 IT수출의 큰 도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주원 부원장은 “한국 축구팀의 4강 진출로 한국의 이미지가 실체보다 더 높게 포장된 감이 없지 않다”며 “이제는 이러한 이미지에 맞는 실체가 뒤따라야 국가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킨 것은 도쿄올림픽이었지만 전세계에 ‘메이드 인 재팬’ 프리미엄을 심어준 것은 소니·도요타 등으로 대변되는 일본 기업들이었다”며 “이제 국내 기업들이 앞장서서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쌓아갈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국가 브랜드 제고로 일류 제품, 그리고 제값받기 형태의 수출방식 전환도 요구된다.

 삼성의 경우 ‘삼성’브랜드의 세계 일류화를 굳히기 위해 올해 전세계 마케팅 비용으로 9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휴대폰을 비롯한 DVD플레이어·디지털TV 등 첨단 전자제품의 수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LG도 월드컵 이후 ‘강한 한국’의 이미지를 살려 LG전자를 중심으로 세계 일등 상품으로써의 ‘LG’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데 주력키로 했다.

 월드컵 행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국내 IT기업들은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플랜 마련에 몰두해야 할 때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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