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파워 엘리트를 키우자-중국/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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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시아의 두 거인이 지식 기반의 경제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거대한 용 중국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고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정보통신(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신경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미래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일류 국가로서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것임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 중국은 문화혁명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과학기술인력의 공백을 회복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주어진 무한한 기회와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일본 역시 IT혁명과 함께 시작된 세계 경제의 새 흐름을 타지 못하고 거품경제 붕괴의 충격과 함께 90년대를 잃어버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적 자원의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베이징 등의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의 연계를 강화하며 우수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일본은 전국의 IT 기반을 확충하는 e재팬 계획을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의 R&D센터를 노리는 중국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글로벌 R&D기지로.’

 중국은 아직 국민소득이 낮지만 상업적인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등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우수과학인력 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다양한 첨단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쟁력 강화를 채찍질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고등교육은 철저히 이공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95년 이후 대학 입학정원은 19%, 대학원 입학정원은 22%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과 직결된 이공계 대학원의 입학정원이 전체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며 2005년까지 석·박사급 인력을 2배로 늘릴다는 계획이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KAIST나 포항공대에 해당하는 전문 이공계 대학이 전국에 239개로 83개에 불과한 일반 종합대학보다 훨씬 많다. 이들 대학은 ‘산학일체화’라 불릴 정도로 기업 및 산업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30개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4개는 상장기업이다. 베이징대학 역시 중국의 주요 컴퓨터기술기업으로 자라난 팡정집단을 포함해 수십개의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벤처를 창업하는 학생에게는 3년간 휴직을 허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우수인력은 이런 산학연대를 통해 현장의 첨단기술을 익히며, 또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한편으로 중국은 기초과학을 튼튼히 하기 위해 칭화대의 ‘노벨반’ 운영, 신진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청년걸출기금’ ‘백인계획’ 등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은 외국 유수기업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첨단기술을 음으로 양으로 도입하고자 한다. 세계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겨냥, 중국 상황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중국에 속속 세우고 있어 중국은 조만간 세계의 R&D기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인텔·마이크로소프트·모토로라·마쓰시타 등이 중국에 R&D센터를 건립했다.

 중국은 2000년 ‘외상투자 연구개발센터 설립 문제에 관한 통지’를 공포하며 외국 기업이 중국에 독자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조세감면 등의 혜택도 약속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R&D센터를 중국에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합법적 기술이전에서 편법적 기술 유출까지 다양한 형태로 외국의 첨단기술이 이전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중국의 우수인력들은 이런 외국 기업을 목표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으며 이들이 입사 후 얻는 지식과 노하우는 그대로 중국의 인적 자원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해외로 유학하는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동안 유학파 중국 인력들이 보수나 근무 여건이 좋은 외국으로 대거 빠져나가 ‘두뇌 유출’이 우려될 정도였으나 중국 정부는 느긋했다. 외화 획득은 물론 장기적으로 외국의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란 ‘대국적’ 발상에서였다. 이들은 중국의 산업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대거 귀국, 인터넷과 벤처 열풍을 일으키며 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보다 유연하고 활기차게-일본의 노력

 

 일본 정부는 전국에 IT 기반을 구축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e재팬’ 계획을 고이즈미 총리 주도 아래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IT인’의 양성이 향후 경제 전쟁의 핵심이라고 보고 능력있는 IT인력 교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작성한 ‘e재팬 중점계획’은 현재 일본이 미국 등에 비해 IT 활용도가 낮고, 기존 고급IT인력이 국제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에게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구축함과 아울러 ‘IT분야의 고급기술자와 전문연구인력을 긴급히 육성할 것’을 다짐했다.

 고급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우선 대학 개혁에서 시작된다. 대학의 교육이 사회의 요구에 일치하도록 유도하고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각 대학이 보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IT 관련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율적 강좌 편성과 학과 설치·폐지 등을 허용해 대학이 유연하게 사회의 필요에 대응하도록 한다. 또 IT 관련 전공의 입학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또 IT인력에 요구되는 능력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해 해외 우수IT인력을 보다 쉽게 수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한다.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공동표준을 개발·시행해 IT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고 산업계가 국내외 우수IT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미래 사회의 핵심가치가 될 우수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일본은 광대역 인터넷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을 위한 개발 툴 및 개발 환경을 지원하고 산학협동을 통해 2005년까지 시장규모를 99년의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까지 100개 정도의 벤처기업 창설을 지원하고, 2005년까지는 전국에 50여개의 관련 인큐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IT와 경영에 정통하고 경영자의 입장에서 경영전략 입안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IT코디네이터’ 1만명을 2005년까지 양성한다.

 한편 e재팬 계획과는 별도로 IT·생명기술·나노기술 등 첨단분야에 세계 수준의 대학원을 설립해 전문인력을 키워낸다. 또 일본 대학의 지나친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극복하고 기초학문과 실제 필요를 접목시킨 학제간 ‘퓨전’ 교육을 실시하는 ‘개성있는 대학’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미비하던 기업과 학교의 산학연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술이전계획(TLO:Technology Liaison Office) 제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中 유학파에 특혜…귀국 `러시`■

 

 중국 출신 해외 유학생들이 실리콘밸리의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고국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른바 ‘하이구이(海歸)’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미국 등의 명문학교에서 교육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선진 노하우를 쌓은 인력들을 중국에 공급하며 IT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주로 베이징의 중관춘, 상하이·푸둥 지역 등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있으며 중국은 각종 혜택으로 이들 해외파 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푸둥 지역의 경우 해외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고급기술인력은 95년 500여명에서 지난해 32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이 지난 한해 설립한 벤처기업은 200여개에 이른다. 중관춘에도 지난해 2000여명의 귀향 인력이 자리잡아 150여개의 업체를 세웠다.

 78년 이래 지금까지 중국을 떠난 유학생은 줄잡아 4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남았다. 이들은 대부분 실리콘밸리 등 보다 나은 보수와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첨단기술 흐름에 더 가까운 곳에 남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난해 9·11테러와 미국 경제 침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 등에 힘입어 급속히 귀국하고 있다. 또 중국의 경제가 급팽창하고 IT 등 첨단산업이 성장하면서 해외파 중국 인력들이 중국의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큰 이유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중국 인력들은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과 WTO 가입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렸다”고 입을 모은다.

 또 중관춘·푸둥 등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IT산업단지가 조성되고 활발한 연구활동이 이뤄져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혁신의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도 최신 기술의 현장이란 이유로 실리콘밸리를 떠나지 않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원인이 됐다.

 중국은 이들 해외파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2만여 중국 연구인력을 대상으로 중국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설명회에는 1500명의 인파가 몰려 하이구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 중국에 돌아온 해외파 인력에게는 첨단산업단지 내에 1년간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의 특전도 주고 있다.

 베이징시도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하며 우수 해외파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우선 귀국 인력에게는 출신지에 상관없이 베이징에서 자유롭게 체류하고 왕래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중국은 아직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 다른 성 출신자가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얻지 못하면 원적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해외파 인력에게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또 유학생 출신이 창업할 경우 기술투자를 60%까지 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파가 컨설팅이나 기술서비스로 얻는 수입에 대해서는 영업세를 면제해준다. 이들이 중관춘에서 창업해 정당하게 얻은 수입은 납세 후 임의대로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창업 시 필요한 최소 등록자본금도 기존 3만위안에서 1만위안으로 낮췄다.

 이런 적극적인 유인책으로 중국에는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첨단기술력과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으로 기업을 세우는 청년사업가들의 집단이 생겨났다. 중국은 이들을 위해 과학기술유한투자공사·중관춘과학기술발전주식회사 등 반관반민의 인큐베이팅 자문회사를 세워 유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MIT 박사로 중국 최대 포털 써우후닷컴(http://www.sohu.com)을 세운 장차오양, 99년 중관춘에서 무선인터넷 사이트 ‘장먼(http://www.byair.com)’을 설립한 30대의 왕웨이자(王維嘉), 중국판 아마존닷컴인 ‘보쿠(http://www.bookoo)를 설립한 탕원후이(唐文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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