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IT통합 이제부터 시작이다>(하)고객불편을 최소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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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다이이치칸교·후지·니혼쿄교 등 3개 은행간 통합으로 자산기준 세계 최대 은행이 된 미즈호은행이 출범과 동시에 대규모 정보시스템 장애를 일으킨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통합시스템 가동 첫날 발생한 자동화기기(ATM) 장애로 일주일간 250여만건의 송금내역 전산처리오류 등을 일으켰던 미즈호은행은 아직까지도 사태를 완전히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급기야 통합을 추진한 3명의 전 은행장과 시스템 담당이사 등 관련자 120명에 대해 퇴임 및 보수삭감 등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시스템 장애로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전력·통신업체들의 피해보상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잘못된 IT통합으로 겪게 된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미즈호 사태의 원인을 정보시스템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으로 야기된 준비부족에서 찾고 있다. 즉 정보시스템 통합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김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국내 금융권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서로 다른 점은 미즈호은행의 경우 2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경영진의 인식부족이 실패요인이 됐지만 국내 은행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짧았다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 자체의 통합에 소요되는 시간뿐 아니라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도 포함된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합병을 진행한 국내 은행들은 사실상 통합기간 단축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 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4개월만에 IT통합을 완료했으며 이렇게 탄생한 한빛은행은 다시 평화은행과 1개월 만에 IT통합을 이뤄냈다. 국민은행의 통합기간 역시 6개월로 대형은행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기록이다.

 이같은 조급증은 IT통합 방식에서 점진적인 통합보다는 대규모 물량투입 방식을 선호하는 국내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스템에 대한 기존 두 은행 경영진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시스템 업체의 제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을 진행하려다 보니 투자대비효과(ROI)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 ‘최첨단시스템’이라는 문구에 현혹되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시스템을 판매하려는 업체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몇백억원을 들여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느낄 수 없고 오히려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만 가중됐다면 가동시기 단축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최대한 빨리 국내 최대의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해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겠다는 의욕을 앞세우다 보니 정보시스템 통합에 따르는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95년, 적대적 인수 방식으로 미국의 퍼스트인터스테이트은행과 합병했던 웰스파고은행의 경우에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웰스파고은행은 무리하게 시스템통합을 추진함으로써 대규모 인력이탈 사태와 함께 영업위축과 대외이미지 손상 등 합병후유증을 앓으며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웰스파고은행이 이같은 실패를 거울삼아 98년 노웨스트은행과 진행한 합병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직접 통합과정을 챙기고 정보시스템통합 역시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현재 대표적인 합병성공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통합기간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IT통합을 수행하기 전에 상대방의 시스템을 확실히 이해하고 통합시스템의 지향점을 찾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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