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보급률 40%, 가정용 제품 연간 세계시장 규모 4100만대, 상업용 제품 연간 성장률 30%.
대표적인 백색가전인 에어컨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주나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아시아나 중동·아프리카 등까지 우리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할 만큼 무궁무진한 시장이 바로 에어컨 분야다. 그만큼 생활 속에아주 밀접하게 자리잡았단 뜻이다.
에어컨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2년이다. 당시 주급 10달러를 받고 한 제철소에서 일하는 뉴욕 코넬대학 출신 엔지니어가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의 의뢰로 개발한 것이 에어컨의 시초다. 이 젊은이는 1911년 이 신기한 기계와 관련된 내용을 미국 공학협회에 발표해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다. 논문에서는 공기의 조건인 온도·습도·이슬점 등을 기반으로 에어컨의 냉방능력을 계산하는 획기적인 연구 발표로 현재까지 공조산업의 기본이자 전세계 관련 엔지니어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 젊은 엔지니어가 바로 윌리스 H 캐리어 박사로 현재 세계 제1의 에어컨업체인 캐리어의 설립자다.
캐리어 박사는 에어컨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다 1915년 마침내 6명의 친구와 함께 ‘캐리어 엔지니어링 컴퍼니’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에어컨사업을 시작했다. 그후로 100년 동안 캐리어는 에어컨만으로 연간 1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결국 ‘에어컨=캐리어’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캐리어에 우리 업체들이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가정용 에어컨시장에서는 이미 LG전자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가정용 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시스템 에어컨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백색가전=사양산업’ 등식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그 첫 신호탄으로 산요와의 에어컨 공동개발을 선언했다. 이른 시간 안에 글로벌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가진 우리 가전업계의 쌍두마차가 캐리어라는 공룡 뛰어넘기를 시도하고 있다.
가정용 시장에서 우리가 1등이라고는 하지만 100년의 역사 앞에 20∼30년 역사의 우리 기업은 아직 초라하다. 가정용 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상업용 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걸음마를 하고 있다. 이제는 걸음마 과정을 거쳐 조금씩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때다. 이를 위해 현지에 나가 있는 주재원들은 현지 기업문화와 소비자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를 25시간처럼 살아낸다. 100년이라는 긴 역사 앞에 맞서는 우리 기업의 도전정신은 아름답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