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디자털 TRS 시장 진출 의미와 전망

모토로라가 주도했던 국내 디지털 TRS 단말기 및 시스템 시장에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전격 진출함에 따라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노키아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만 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등 앞으로 한국의 디지털 TRS 단말기 및 시스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키아가 특히 개방형 디지털 TRS 표준방식인 테트라에 관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내세운 데다 한국을 전략지역으로 삼아 전력투구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 등 국내에서 운용중이거나 구축중인 테트라 시스템과 단말기 시장은 모토로라가 장악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모토로라는 국내에서 십여 년간 무전기와 TRS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국내 무선통신 시장의 50% 가량을 장악해 왔다. 아날로그의 지배권이 디지털로 그대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노키아라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해 전혀 새로운 판이 짜이게 됐다.

 특히 노키아가 일부 기술의 국내 이전 의향을 밝혀 ‘특정 외국업체의 배만 불리게 해준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의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도 정상궤도에 진입할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신흥 강호 출현=노키아는 테트라에 관한 한 모토로라보다 앞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키아코리아 관계자는 “테트라는 유럽의 표준 방식”이라며 “노키아가 미국의 모토로라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핀란드 기업이다. 노키아측은 “시스템과 단말기 간 연결과 단말기와 단말기 간 연결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에서도 사이트가 생기면 (모토로라와) 확실한 차이를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지난 70년대 한국에 진출한 이후 탄탄하게 쌓아 온 고객과 정부의 신뢰를 노키아가 단숨에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디지털 TRS가 모토로라 제품으로 구축돼 있는 한 단말기 공급도 모토로라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강 구도 형성=그렇다고 모토로라가 지금처럼 모든 테트라 프로젝트를 휩쓸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하반기에 테트라를 도입할 부산지하철 입찰에 노키아가 국내 SI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노키아 관계자는 “올 초에 모토로라가 부산지하철 1차 프로젝트를 따냈지만, 하반기 2차 프로젝트는 노키아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만큼 첫 사이트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3000억원 안팎 규모를 형성할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물론 모토로라도 이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로선 모토로라가 유리한 상황이다. 정부로선 노키아보다 모토로라가 친숙하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설 노키아도 아니다. 노키아 관계자는 “앞으로 1∼2년은 TRS 단말기와 시스템이 노키아코리아의 주력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디지털 TRS 단말기 시장이 모토로라의 독주체제에서 모토로라·노키아 양강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종업체는 뒷전=이처럼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도 한국 토종업체들은 시장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무전기 및 TRS 단말기 업체 중 테트라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단 1개도 없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값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할 판국이다.

 일부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테트라 단말기 공동 개발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전기업체 관계자는 “TRS 시장 구도가 테트라로 통합되는 추세여서 테트라 단말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지만 로열티 등 부담이 커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키아측이 일부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한국 제조업체에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이전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