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연구소장이 보는 IT세상](중)IBM연구소장 폴 혼

*`비즈니스+IT`가 미래 트렌드

유명 연구소 책임자인 필자의 주위에는 IT분야의 창의적인 인재가 많다. 그들의 최근 관심분야는 단순히 새로운 HW나 SW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들과 보다 긴밀하게 협업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IT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본다. IT기술의 추세를 하나의 독립된 현상이 아닌,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관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향후 IT트렌드 중 하나는 반도체와 스토리지 분야의 중요성 부각이다. 즉 전통적 소재의 설계 및 제조는 점차 분자 자기 조립, 스핀트로닉스, 탄소 나노튜브 등과 같은 나노기술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이제 칩이나 저장장치 등 HW 개선만으로는 고객의 비즈니스 방식을 바꿀 수 없다. HW의 개선은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자율 컴퓨팅, 가상화, 그리드 등의 기술을 앞당김으로써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비즈니스 전반을 새로운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제반 기초 기술, SW, 시스템 디자인 등이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IT 트렌드는 내장 칩 및 스토리지의 개선으로 컴퓨터의 지적능력이 우리 일상용품에 더 많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휴대폰과 비디오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응용 기술들이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면 RFID와 센서기술이다. 정보를 수집·전송·저장하기 위한 이 모든 기술은 실로 위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고객이 고심하는 더 큰 문제는 그런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혁신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신제품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지식을 응용해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한다. 기업의 성패는 고객의 요구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것을 우리는 ‘온 디맨드’라는 용어로 표현해 왔으며, 이는 기업들이 지향하는 궁극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 궁극적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IT인프라의 독창적 활용으로 비용 절감을 이루고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종래에 전혀 다르게 여겨졌던 두 개의 혁신 영역, 즉 비즈니스 부문과 정보기술 부문의 융합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향후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의 시대에서 혁신의 시대로 이동중인 것이다.

 이제 IT 산업은 종래에 비해 한 단계 뛰어넘는 기술진보를 할 것이며, IT 종사자들은 특정 산업의 트렌드는 물론, 비즈니스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폭 넓게 이해해야 한다.

 IBM은 비즈니스의 구성요소들이 각각 어떻게 운영되고 상호 작용하는가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이른바 컴포넌트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냈다. 이 모델은 기업조직이 여러 개의 단위 요소 혹은 프로세스로 이루어진 집합체이며, 이 구성요소들은 최적화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를 둔다. 이 요소들을 테스트해 보면 하나의 구성 요소 변화가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이 모델을 사용하면 조직 운영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또 조직이 최적화되려면 어느 부분이 가장 많은 변화를 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구성기술을 통해 전체 조직의 최적화를 가져온다. 이 모델링 기술은 프로세싱 능력 또는 SW 기술 발전에 의해 가능해진다. 따라서 향후 IT가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모델은 보다 더 포괄적으로 발전하여 처리 가능한 변수가 늘어나고, 정교함과 밀도를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가장 필수적인 몇 가지 요소로 귀결되는 ‘증류 현상’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의 진행 방향에 대한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향후 우리가 직면하게 될, 중요하면서도 아직은 무형적인 현상이다. 분명한 것은 비즈니스와 산업 트렌드가 IT와 보완적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IT와 관련된 개념 정립단계에 있는 연구소와 고객 등 최종 사용자 간의 긴밀한 협업은 그러한 연결 고리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이 두 부분은 상호 독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IT의 미래는 연구원 못지않게 기업인에게도 달려 있다. 기술은 어디에서 오고, 이 일을 실제로 수행할 사람들은 누가 될 것인가.

 필자가 IT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예측하는 분야는 숙련 기술 개발 분야다. 오늘날 기술관련 교육 기관들은 많은 컴퓨터 과학자를 양성해 내고 있다. 경영 대학원들은 우수한 MBA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교육은 별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 기술과 경영의 결합이 전반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고려할 때, 학계에서도 앞으로 이 두 분야의 결합 현상이 대두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혁신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IT의 적용은 서비스 분야에서 이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새로운 종합 학문인 ‘서비스 과학’으로 명명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 과정과 경영 과정을 결합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일자리와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전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고도의 숙련 기술로 가는 길이다.

 IT영역의 발전과 더불어 향후 추세를 예측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오늘의 IT 제공 업체는 내일 혁신 제공 업체로 변신할 것이다. 이것은 고객, 협력업체, 학교, 정부 등이 긴밀하게 연결된 에코시스템에서의 협업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숙련 기술을 요구하게 되며, 일자리와 경쟁력을 가져다줄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출할 것이다.

 만일 이 예측이 적중하면, 우리는 ‘서비스 과학자’의 제1 세대가 될 것이며, 나중에 IT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한 전환점으로 지금 현재를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만 5명 배출 IBM 연구소

IBM은 미국, 스위스, 이스라엘,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8개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약 3200명에 달한다.

 매년 연구개발 분야에 약 56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IBM 연구소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컴퓨팅 서비스 진보에 앞장서고 있다. 연구소는 왓슨 리서치 센터를 비롯해 알마덴 리서치 센터, 오스틴 리서치 랩 등 미국에 3곳이 있다. 스위스 취리히, 이스라엘 하이파, 일본 도쿄, 중국, 인도 등에서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왓슨 연구소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 연구조직인 IBM연구소 조직의 중앙연구소에 해당한다. 1961년에 설립된 왓슨 연구소는 현재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다. 요크타운 하이츠, 호손, 케임브리지의 3개 지역에서 물리과학 분야와 컴퓨터 과학, 반도체, 시스템 기술, 수학 및 정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및 솔루션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IBM 연구진의 수상 기록은 놀랄 만하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5명을 배출했으며 5명의 미국 국가 기술 훈장 수상자, 5명의 미국 국가 과학 훈장 수상자가 나왔다. 20명의 미국 국가 과학 분야 자문위원회 회원과 57명의 미국 국가 공학 분야 자문위원회 위원을 배출했다.

*폴 혼은 누구?

IBM 수석 부사장 겸 연구소장인 폴 혼 박사는 물리학자로 IBM의 전반적인 기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5개국에 설립돼 있는 8개의 IBM 연구소와 32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1973년 로체스터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IBM에서 반도체 및 스토리지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알마덴 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로 온 디맨드 비즈니스 등 핵심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IBM의 현 비즈니스를 공고히 하는 한편, IBM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활발한 대외활동으로도 유명한데 현재 미국 물리학회의 펠로와 클락슨 인더스트리 대학 이사회원, UC 버클리 인더스트리얼 자문위원회원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뉴욕과학관 이사와 경제개발위원회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