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기사 이창호 9단이 2005년 들어서자마자 연패를 당하며 바둑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후배인 최철한 9단에게 국수전에서 치욕의 3연패를 당한 것도 그랬지만, 세계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의 유빈 9단, 일본의 왕리청 9단 등 거의 져본 적이 없던 선수들에게 연이어 패배, ‘이창호의 시대가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바둑팬들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던 ‘농심배 세계바둑’ 단체전에서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이 9단은 중국과 일본의 초일류 기사를 상대로 파죽의 5연승을 거두며 보란 듯이 한국팀에게 우승컵을 안겨 주었다. 특히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었기에 이 9단의 선전은 더욱 높게 평가되기에 충분했다.
연초 최 9단과 일본, 중국 기사들에게 5연패를 당했을 때 이 9단 스스로도 “자꾸 지니까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라며 세계 최강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10년 통일천하를 이루어냈고, 천하에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던 이창호 9단도 연속된 패배에 주춤거리며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직후 벌어진 농심배에서 바로 자신의 진면목을 과시하며 ‘역시 이창호’라는 찬사를 자아내게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패배를 당하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려나가지 않으면 위축되며 자신감을 잃는다. 그러나 패배를 당하고 쓰라림을 겪을 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영원히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없다. 어떠한 경쟁에서든 심리적인 부담과 위축감을 가져서는 절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포커게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포커 게임이 미국과 유럽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키며 두뇌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포커야말로 상대와의 심리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인 만큼 그 어떤 종류의 승부보다 상대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실력과 경험에 의해 나온 것이어야 한다. 다시말해 하수의 오기나 만용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즐기는 것’이라는 기분으로 포커를 하는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다. 누구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신만의 필승전략을 가슴 속에 감추고 있다. 하지만 그 필승전략은 대부분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무너진다. 하수들은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 데도 스스로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수들이 게임에서 자주 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수들 역시 장시간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바로 연속으로 패배했을 때 스스로의 실력에 회의를 느끼고 위축되면서 플레이가 흔들리는 경우이다. 이러한 때가 되면 자신감을 상실해 자칫 자신의 플레이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수도 있기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승패는 병가지 상사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 한들 언제나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누구라도 패배를 겪으면서 점점 더 고수가 되어가는 것이다.
천하의 이창호 9단도 패배할 때가 있고,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도 실수를 해 게임을 그르칠 때가 있다. 하물며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야 어떻겠는가. 부디 여러분들은 한두번의 실패로 의기소침하지 말고 발전을 위한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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