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사공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지난 17일 약속이라도 한듯 같은날 새 회장을 뽑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보노라면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e스포츠협회가 두 대기업 대표가 서로 회장을 맡겠다고 고집해서 배가 산으로 갈 판이었다면, 게임협회는 누구도 선뜻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아 배가 좌초위기에까지 내 몰린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일까, 두 협회는 진통 끝에 SK텔레콤 김신배 사장과 한빛소프트 김영만 사장을 각각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e스포츠 대중화와 제도권 진입이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있는 e스포츠협회와 각종 현안문제가 산적해있음에도 여전히 ‘반쪽짜리 통합협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임협회 모두 가장 중차대한 시기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업종이 태동해서 어엿한 산업군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수 많은 난관이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관련 사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하는 대표 창구로서 협·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많은 예를 보더라도 시장의 발전 과정에서 동종 업계의 공통 이익을 대변하고, 산업 육성에 필요한 이론적 논리를 개발하는 사업자 단체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WTO체제 출범 이후 협회와 같은 민간 단체의 역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신흥 협회가 조기에 제자리를 잡아 강한 파워를 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회원사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조건이요, 설령 작지않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회장과 협회에 대한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의식이 충분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e스포츠협회와 게임협회가 바로서는 길이 결코 멀리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속담에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나면 내실이 더욱 튼실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해도 협회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 조건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땅은 굳지 않을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안팍의 여러 악재에 직면해있다. 그 만큼 두 협회가 하야할 일이 늘어난 셈이다. ‘사공’ 걱정으로 협회가 공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우선 게임인들이 똘똘뭉쳐 어엿한 협회만들기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