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선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죽인 수많은 저글링을 애도하면서 쏘고 싶지 않았지만 명령이었음을, 그래서 원망하지 말고 용서해 달라는 애절한 호소를 통해 역설적으로 평화를 전달하고 있다.
드랍쉽에 이은 현란한 유닛 콘트롤로 매경기 마다 팬들의 탄성을 자아낸 임요환이 이번에는 애절한 노래를 통해 팬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겨줄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헤드폰 쓰고 마이크 앞에선 ‘테란의 황제’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마린의 슬픈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 ‘마린의 후회’로 e스포츠팬이 아닌 음악팬 앞에 선다. 그동안 수많은 e스포츠 팬이 지켜보는 무대에 셀 수 없이 많이 서 본 그이지만 헤드폰을 쓴 채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곡을 녹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머지않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 10년째를 바라보는 그로서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외도 아닌 외도’로도 비춰질지도 모를 이번 앨범 참여에 대해 그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부담없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요? 가수 데뷔한다고 하면 저 돌 맞아요.” ‘공식적인 가수데뷔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여유있는 농담을 섞어가며 한마디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찾다가 게임을 하게 됐어요. 저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게임이 쉽다면 쉬운 일이죠. 제게는 게임밖에 없습니다.” 면도를 안하고 나온 듯 덥수룩한 얼굴에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쓴 임요환은 ‘가수 임요환’을 논하는 것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표정과 ‘아니라’는 완고한 뜻의 농담으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녹음 당일 스튜디오에서 주훈 감독은 연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열심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반면 임요환을 비롯한 SKT T1 선수들은 오랜만에 휴식차 노래방이라도 온 듯 즐거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작업에 참여했다. 최연성 선수는 “재미있다. 가끔씩 노래방에 가는데 우리 중에서 노래는 태민이가 가장 잘한다”며 재미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가수 NO, 내게는 게임이 전부
임요환과 소속팀 SKT T1 팀원, 그리고 주훈 감독까지 동참한 파인애플 2집 앨범 ‘SWPG’ 녹음 작업은 지난 22일 압구정동의 모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미 지난해 말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제작한 플래시 송 ‘저글링 4마리’로 네티즌과 ‘스타크래프트’ 마니아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린 파인애플의 두번째 음반에 최고의 프로게이머들이 동참해 e스포츠와 음악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느낌을 담았다. 3종족간 혈전을 소재로 만든 ‘스타크래프트’ 게임 내용을 토대로 반전과 평화라는 가치를 실어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국제적 가치를 심는다는 이상적인 목표도 안고 있는 셈이다.
음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SWPG’는 ‘Stop the War Play the Game’의 약자이며 이는 반전과 평화, ‘총소리는 게임에서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 타이틀 곡부터 끝 곡까지 일관되게 흐른다. 게임 속에서 늘 전투와 전쟁을 치르는 프로게이머에게 어찌보면 가장 가깝고 이해할 수 있는 곡이자 동시에 SKT T1 선수들이 이번 음반 참여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목적이기도 하다.
음반 녹음에 프로게이머 동참을 기획한 초이기획 관계자는 “과거 ‘저글링 4마리’가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이번에는 병사 마린을 소재로 한 반전 평화의 노래를 구상하게 됐다”며 “현역 프로게이머가 동참한다면 더욱 뜻 깊은 음반이 될 것으로 생각해 명문팀 SKT T1에 제안을 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 모두가 공감하는 반전·평화 메시지 전달
“벙커 속에 갇혀서 우리는 하루 종일 건빵만 씹었네… 바로 그때였어. 절뚝거리는 저글링 4마리가 저멀리서 나타났지. 쏘고 싶진 않았지만 명령이었어. 불쌍한 저글링을 향해 우린 방아쇨 당겼지. (후렴) 저세상에 가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아줘. 난 후회하고 있단 말야. 다른 곳 다른 시간에 우리 만났다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텐데.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앨범 타이틀 곡 ‘마린의 후회’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잘 몰라도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메시지가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가 매우 호전적인 전쟁 게임인 까닭에 가사의 구절구절이 오히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임요환이 먼저 나직한 독백으로 앞구절을 부르고 후렴구를 SKT T1 팀원들이 소리높여 합창한다. 앨범에는 타이틀 곡 외에도 과거 히트송 ‘저글링 4마리’를 임요환과 김성제, 박태민이 리메이크한 보너스 트랙이 수록되며 프로게이머들의 우정과 생활을 그린 ‘자야할 시간’의 경우 T1 선수단을 비롯 감독, 코치진까지 나레이션에 참여해 팬들이 궁금해하는 그들만의 우정과 솔직한 모습이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전달된다.
한편, 음반 참여에 대한 출연료는 ‘한국지뢰대책회의’를 통해 국내 지뢰 피해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