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5일자 뉴스에 ‘무림고수가 한 자리에-중화무술대회’라는 제호의 기사가 올라왔다.
중국 신화사 통신의 기사를 받아 올린 것인데, 거기 따르면 건국기념일인 10월 1일 호북성 황석시에서 소림, 무당, 청성, 아미의 4대문파와 호북성의 무림고수 100여 명이 참가해서 ‘중화무림 절기대회’라는 걸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소림 기공의 달인 석행건 대사, 무당 용문파 장문인 유덕의, 무당 송계파 후계자 유명생, 무당 순양파 후계자 왕흥청, 청성파 장문인 신현, 아미 황림파 후계자 부상훈 등 무림의 절정고수들이 참가해서 절기를 선보였으며, 소림 무승들은 72종 절기 중 일부를, 무당 장문인 유덕의는 무당 특유의 내공인 내가유공을, 청성파 여제자는 학권과 취팔선, 현문태극권 등을 시연했다고 한다. 사천의 규문파(奎門派)라는 곳에서도 참가해서 소요권과 철포삼, 암기술을 선보였다.
기사 말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번 무림대회는 각 문파의 무공을 비교,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무림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무협소설 속의 세계가 갑자기 현실에 튀어나온 것처럼 당황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중국에서는 현실 속의 일인 것이다.며칠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중국무술 특집 프로그램 중에 소림사 장문인과 소림사 고수인 철나한(鐵羅漢)이 출연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 무술 문파에 대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인이 없던 걸 만들어 내서 문화상품의 하나로, 즉 관광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실제와 상관없이 그것이 문화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즉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다.
중국인,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무림의 세계, 문파와 무공이라는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무협게임은 팬터지게임에 비해서 종족도 없고, 직업도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걸 보상하기 위해서 여러 무협게임이 도입한 체제는 직업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검객, 화상, 도객, 도사, 권법자 등등의 직업체계를 만들어 그것으로 전사, 마법사, 엘프 등을 대신하려 했던 것이다.
이런 방법이 무효한 것은 아니다. 그건 무협의 세계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써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건 팬터지의 세계를 무협의 세계로 단순 치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무협 본래의 특질을 살리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문파다.
사제관계에 의해 이어지고 독특한 그 문파만의 무공특징에 의해 특성화 되는 체계로서의 문파는 서양인에게는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일지 몰라도 동양인에게는 대단히 익숙하고, 스타워즈의 마스터와 도제 시스템에서 보듯이 서양인에게 이해시키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문파라는 분류에는 무협이 전통적으로 지녀왔던 매력의 큰 부분이 담겨져 있다.
이미 다룬 바 있는 소림사와 무당파는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그리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문파다. 하지만 기사에 등장하는 청성파와 아미파는 중국에서는 몰라도 국내만 들어와도 무협 팬이 아니면 모르는 이름일 것이다.
모산파니 곤륜파니 공동파 등등을 열거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회에는 이렇게 구대문파에 꼽히면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문파에 대해 다뤄보자.아미파는 사천성에 있는 아미산을 본산으로 하는 문파다. 아미산은 중국불교의 사대명산 중 하나로 달리 촉산이라고도 불린다. 서극의 영화 촉산이 바로 이 산을 말하는 것이다.
광동여유출판사(廣東旅游出版社)에서 1992년 출간된 ‘중국무술(中國武術)’이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 아미권은 사천의 아미산(峨嵋山)을 중심으로 하는 권법계열이다. 사천이 남방에 속하는고로 남권(南拳)의 2대 권계중 하나로 인정된다(참고로 남권의 다른 하나는 남소림권(南少林拳), 남권에 상대되는 북권(北拳)의 2대 권계는 소림권(少林拳)과 태극권(太極拳)이다).
중국의 무술분류는 어지러운 면이 있어서 여러 기준으로 분류를 하기 때문에 우슈의 분류와는 다른 이런 식의 분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 무술문파 중의 하나로 분명히 아미권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사천성 정부가 발행한 사천무술대계라는 책에 의하면 아미산 인근에 아미파의 유파로 28개가 있다고 한다.
아미파는 역사적으로도 실존한 것 같다. 명나라 때의 장군 당순지는 ‘아미도인권가’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한 도인이 나타나서, 심산의 흰 원숭이에게 받은 신기를 펼쳐 보였다. 말하기를 묘당의 가을기운처럼 높고, 늙은 느티나무처럼 고요하다고 했다. 홀연 한 발을 들어 걷어차니 암석이 부숴져 모래가 되어 흩날렸다…”
또 명나라 때 집필된 병법서 ‘수비지’에는 정직여라는 사람이 아미산의 법흥대사에게 배웠다는 아미창법도 기록되어 있다.
위에서는 도인이라고 하고 아래에서는 중이 나오니 아미파는 도교인지 아니면 불교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아미산에는 도교의 도관과 불교의 사찰이 비슷하게 많이 들어서 있다. 그들 모두가 아미파라는 한 문파로 묶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작가에 따라 아미파는 때로 도교문파로, 때로는 불교문파로 등장한다. 하지만 보통은 불교문파로 그려지는 쪽이 많다. 서극의 촉산에서도 아미파는 불교문파로 나온다(홍금보가 장문인 역을 했다).청성파는 아미산과 마찬가지로 사천에 있는 청성산을 본산으로 한다. 이 산은 최초의 도교 교단인 오두미교를 개창한 장도릉이 도를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장도릉은 삼국지에 나오는 한중의 장수 장노의 할아버지다.
그 시대의 한중은 바로 오두미도 교도의 나라였던 것이다. 조조에게 정벌된 후 오두미도는 서민 속으로 포교되어서 도교 남종 정일교로 발전하게 되는데, 오늘날도 대만에서 신앙되고 있는 천사도의 전신이 바로 이 정일교다.
이렇게 도교적 전통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청성파는 도교문파로 흔히 그려지며 검법으로 유명하다.
화산파는 섬서성 화산에 있다. 이곳 역시 도교문파로 분류되는데 ‘도교사전’에는 화산파가 전진교의 지파(支派)로 김용의 영웅문에도 등장하는 전진칠자(全眞七子)의 한 사람인 학대통이 창시했다고 한다. 무협 속에서는 매화검법과 복호권법으로 유명한 문파로 등장한다.
종남파는 섬서의 종남산에 있다. 이 종남산은 옛날의 장안, 지금의 서안 남쪽에 있는 산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전진교가 원래는 이 산에 본산을 두고 있었다. 김용의 영웅문에 나오듯이 개파조사 왕중양의 사적인 활사인묘가 바로 이 산에 있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인 전진칠자가 갈라지고, 특히 그 중 가장 유력한 도사였던 구처기가 용문산에 가서 용문파를 여는 바람에 전진교의 정통은 용문파로 옮겨진다. 그 후로 종남산 전진교의 세력이 약해졌는지 무협 속에서는 그냥 무림문파로 등장할 뿐이다. 한국 작가 용대운의 ‘군림천하’가 바로 이 종남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 천산파, 곤륜파, 모산파, 공동파 등이 구대문파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한다.무협작가로 ‘대도오’, ‘생사박’, ‘혈기린외전’ 등의 작품이 있다. 무협게임 ‘구룡쟁패’의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제작하는 인디21의 콘텐츠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좌백(佐栢) jwabk@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