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액토즈소프트 허세웅 감독

“평생 소원이었던 게임을 드디어 만들고 있습니다. 자나 깨나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작품을 제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라테일’ 개발을 총 책임지고 있는 허세웅(32)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만나자마자 말보따리를 쏟아냈다. 수년 동안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이제 자신의 손으로 빚어내고 있는 개발자의 눈이 반쩍거렸다.

# 통신망에서 유명했던 ‘나빠님’

이 작품은 현재 클로즈 베타 테스트 중이며 12월에 오픈 베타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신작이 없었던 액토즈소프트의 야심작이 바로 ‘라테일’이다. 따라서 회사나 허 감독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무척 중요한 게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별명은 ‘나빠님’이다. 성격이 이상해서 붙은 것이 아니다. 대학 시절 대전격투게임 ‘사무라이 쇼다운’의 캐릭터 나코루루를 심심해서 그려 통신망에 올렸는데 너무나 잘 그려 화제가 됐었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나코루루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를 줄여 ‘나빠’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나빠로만 부르면 반말이기 때문에 님를 붙여 마침내 ‘나빠님’으로 정해졌다. 지금도 그의 팀원들은 허 감독을 나빠님이라고 호칭한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소퍼즐 아케이드용 게임의 원화를 그렸다. 미소녀 수영복 원화를 그렸는데 99년 당시 심의가 엄해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하고 해외로만 수출됐다.

그리고 2001년에 복학했으나 일년 휴학을 하며 어뮤즈 월드에서 이지투디제이 원화를 담당했다. 학교는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복학해 2003년에 학점을 취득, 결국 학사모를 쓰고야 말았다. 그 다음부터는 자유였다. 본격적인 진로를 게임 원화가로 결정했다.

# 사연많은 게임 ‘라테일’

졸업해 그라비티의 로플넷에서 근무했으나 회사 사정으로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타프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타프시스템도 순탄하지 않아 네오위즈로 회사가 인수돼 개발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많은 개발자들이 엔틱스소프트로 변경된 타프시스템에 남았으나 그는 미련없이 액토즈소프트로 이삿짐을 옮겼다.

사실 회사 사정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으면 별탈 없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주위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액토즈소프트에서 엿봤다.

작년 8월 드디어 허 감독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게임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 ‘라테일’에 대한 기획서가 인정받았고 드디어 상부에서 ‘한번 해 보라’는 승인이 떨어졌다. 초기 멤버로 9명을 구성했고 현재 23명까지 늘어난 팀을 이끌고 있다.

MMORPG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몇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허 감독은 불과 일년만에 오픈 베타 테스트 수준까지 완성했다. 이는 수년 동안 갈고 닦았던 게임의 구조가 머리에 다 들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테일’의 탄생은 그렇게 한 사람의 고집과 인내로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사연많은 게임인 것이다.

# 개발자들이여 겸손해라!

많은 개발자들처럼 그도 게임을 직접 개발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해 재믹스, 메가드라이브, 새턴, PS1 등 게임 마니아들의 플랫폼을 두루 거쳤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도 좋아해 혼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그것이 게임과 결합돼 이렇게 직업으로까지 발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히려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부모님에게 “미대로 진학해 만화가가 될래요”라고 말했다가 두들겨 맞아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산업공학과를 갔지만 만화 동아리에서 거의 살았다. 수업도 거의 들어가지 않고 매일 만화를 보고, 그리는 데 열중했고 그것이 게임과 결합돼 마침내 인생의 항로가 정해진 것이다.

“ ‘라테일’은 달라요. 기존의 2D 게임들은 아바타의 옷 갈아 입히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다릅니다. 획득한 아이템을 장착하면 그 모습이 그대로 구현됩니다. 가장 최신 기술인 다이렉트 9.0C를 기반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운이 좋았죠.”

‘라테일’은 2D 그래픽에 횡스크롤 방식의 MMORPG이다. 액션이 강조돼 있으며 2D 그래픽이지만 롤플레잉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복합 장르인 셈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성공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 개발자들은 자기 생각이 강하고 너무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배척당하기 쉽다며 “겸손하라!”는 한마디를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