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소재개발 일등 공신

요업기술원의 시뮬레이션 센터.
요업기술원의 시뮬레이션 센터.

 페라이트 자성체를 만드는 쌍용머터리얼즈는 최근 고민 하나를 덜었다. 15년간 해결이 안 되던 공정 불량 발생 문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연간 400억원의 자성체 세라믹 소재를 생산, 보쉬·지멘스 등에 공급해 왔다. 문제는 자성체 슬러리 성형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 불량률을 해외 경쟁사와 비슷한 2% 정도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슬러리 성형 공정에서 불량이 랜덤으로 발생해 오차 발생의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그러나 요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시뮬레이션으로 공정을 분석한 결과 불량 발생의 숨어 있던 규칙성을 발견, 이를 시정해 불량률을 1% 수준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 원가절감 효과가 연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말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 소재 개발이나 공정 조건을 미리 가상적으로 구현해 보는 것이다. 소재 합성이나 공정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최적화된 작업 조건을 만들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세라믹·화학·금속 등 부품·소재 전반에 걸쳐 초정밀·소형화·복합 다기능화 추세가 본격화되면서 재료-제조공정-응용제품의 연계를 통해 연구개발(R&D)부터 생산까지의 기간을 단축, R&D 효율 극대화와 공정 최적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라믹 분야의 경우 미국·일본 등에선 이미 1995년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 현재 R&D나 생산 공정 활용률이 70% 이상이다. 반면 국내에선 일부 대기업에만 관련 기반이 구축돼 있을 뿐 중소기업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물리·재료 분야로 시뮬레이션 기술을 확대 적용, 100㎚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용 파우더 분산 기술을 개발했다. MLCC 슬러리의 유동성 개선 작업은 공정 시간을 35% 이상 단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이노텍도 RF 부품 등의 개발에서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소재산업에 시뮬레이션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관들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박사급 인력 10명을 포함, 30명 규모의 ‘디지털설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부품·자동차 등에 쓰이는 금속 부품의 생산에 앞서 주물·주조 조건 등을 미리 확인해 불량을 줄일 수 있다. 올해에만 130여 부품 업체가 지원을 받았다.

 디지털설계센터 최정길 박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열·습도 등 환경에 민감한 금속 가공 조건을 최적화한다”며 “시제품 제작 시간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요업기술원(KICET)은 2003년부터 ‘파인세라믹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구축’ 사업을 통해 재료 설계·공정 최적화·응용부품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40여종의 SW 및 측정 장비 등의 인프라를 확보하고 가동중이다.

 시뮬레이션팀장 임종인 박사는 “공정뿐 아니라 원천 소재를 만드는 재료 설계 분야도 강화할 것”이라며 “수학·컴퓨터 등 다양한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