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돌아본 2005년 컴퓨팅업계

 올해 컴퓨팅 업계는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숫자(매출과 순익)’를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뛴 한 해였다. 수요가 ‘게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감소한 대신,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전형적인 ‘삼중고’로 기업 경영자는 어느 해보다 잔주름이 많은 2005년이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진가를 발휘한 경영자들도 적지 않았다. 기업 부침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일희일비한 경영자도 많았다. 올 한 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인물을 중심으로 2005년 다사다난했던 컴퓨팅 업계를 돌아본다.

 ◇40대 경영자 두각=올해 컴퓨팅 업계의 화두는 단연 젊은 CEO다. 평균 연령이 점차 떨어져 40대 CEO가 ‘주역’으로 떠올랐다.

 세대교체를 주도한 인물로 올 1월 한국IBM을 맡은 이휘성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공룡 IBM’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4월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5월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등 40대 CEO가 전면에 나서면서 다소 ‘노회’해 보이는 글로벌 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이들 경영자는 대부분 해당 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외부영입 대신, 내부 인사를 발탁하는 새로운 조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변치 않은 ‘터줏대감의 명성’=한편에선 젊은 피가 수혈됐지만 여전히 관록과 노하우로 두각을 보인 경영자도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변보경 코오롱정보통신 사장. 변 사장은 취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수백억원의 부실을 털어 내고 분기 흑자를 일궈내는 성과를 올렸다. 코오롱은 이 때문에 내년 어느 해보다도 가뿐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변 사장은 글로벌 기업에서 습득한 경영 노하우를 토종 기업에 성공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경영 모델을 보여 주었다.

 이런 면에서 전 한국IBM 신재철 사장의 LG CNS 대표 내정도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현대전자 부사장·현대정보기술 사장·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등을 두루 거치며 IT업계를 대표하는 ‘CEO 브랜드’로 이름을 날린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도 올해 컴퓨팅 업계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표 사장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글로벌 경영자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밖에 본사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한 유원식 한국썬 사장, 스토리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세우며 지난 3분기 ‘확고한 1위’를 기록한 김경진 한국EMC 사장도 올해에 주가가 더욱 급상승한 인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쉬운 ‘퇴장’도 잇따라=아마 올해 컴퓨팅 분야 가운데 가장 부침이 극심했던 곳은 PC업계다. PC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됐기 때문. 특히 일부 기업은 법정관리 등으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가장 아쉬움을 남긴 인물은 역시 이홍순 삼보컴퓨터 회장. 국내 컴퓨터의 살아있는 역사나 마찬가지인 삼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장도 무대 전면에서 내려왔다. 한때 컴퓨터 신화의 주역이었던 현주컴퓨터도 법정관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웅철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