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기기 "SW(펌웨어)로 승부한다"

 ‘하드웨어 히트상품의 잣대는 소프트웨어’

 TV수신카드·디빅스플레이어·광디스크 드라이브(ODD) 등 각종 PC 주변기기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과거 제품 가격의 10% 미만이었던 소프트웨어 비중은 최근 들어 20∼30%까지 올라섰고 이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인력의 절반 이상을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으로 뽑는 등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펌웨어, 모든 기기의 기본=디빅스 제조업체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고객지원 게시판을 관리하는 데 보낸다. 신제품 ‘펌웨어’에 관련한 소비자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

 펌웨어는 소비자가 제품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어서 각 업체는 하드웨어 출시 후 소비자 불만사항을 참조해, 평균 두 달에 한 번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엘테크 측은 “하드웨어 기능이 평준화되면서 펌웨어 호환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소비자가 주요 제품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며 “전체 인원의 절반 가량이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업체는 하드웨어를 대만·중국 등에서 수입해 사실상 펌웨어만이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다. 한 주변기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가 리모컨을 필수로 사용하는 등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펌웨어의 중요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예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드웨어 기능이 엇비슷해진 데다 성능이 한참 뒤떨어지던 중국산 제품조차 국산 제품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

 해외 수출을 위해서도 펌웨어는 제품 개발에서 ‘1순위’다. 최근에는 하드웨어보다 관련 소프트웨어가 우수하다는 점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TV카드 제조업체 디비코는 64비트 컴퓨팅 환경을 완벽 지원하는 펌웨어와 내장형 TV카드와 외장형 TV카드를 동시에 한 화면에서 지원하는 펌웨어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TV카드의 경우 64비트 컴퓨팅을 지원하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 착안, 이를 적극 부각해 ‘제품 제값받기’에 나서고 있다.

 디비코 측은 “펌웨어 지원이 완벽하면 고급 브랜드로 인식돼 가격 또한 잘 받을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사실상 펌웨어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제품 경쟁력의 잣대, 소프트웨어=소프트웨어는 이제 PC 주변기기 업체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멀티미디어 기기뿐 아니라 전통 PC부품에서도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별다른 부가기능이 없었던 ODD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DVD-RW드라이브의 경우 광미디어 표면에 이미지를 새길 수 있는 ‘라이트 스크라이브’ 기능이 확산된 데 이어 일부 업체는 ‘AV캡처’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기능 업그레이드가 한계에 다다른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가 극복하고 있는 것.

 LG전자 측은 “ODD는 기술 개발이 한계에 달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신경쓰는 분위기”라며 “PC 주변기기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기술 발전이 정점에 달해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