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전은 예상외로 차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3사 모두 신규 가입자 유치 및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보조금 규제 완화가 엄청난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KTF·LG텔레콤의 경우 내년 초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CID) 요금 인하라는 악재마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WCDMA 등 신규 서비스 투자가 본격 이뤄지는 내년도 이동통신 3사의 경영기조는 ‘외형성장’보다는 ‘비용절감과 수익성 유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의 가입자 확대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확대는 가급적 피하는 대신, 경영효율화와 신규 사업 강화를 골자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새 단말기 보조금 정책이 나올 때까지는 실제 영업현장에서 신규 가입자 수요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초 계절 특수마저 실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내년 이동통신 순증가입자 규모도 170만여명으로 예상되는 올해 수준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70여만명의 순증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내년도 목표를 순증 50만명으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 전체 가입자(1950만여명)를 합쳐 ‘가입자 2000만 시대’를 맞이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마케팅 비용은 오히려 올해보다 줄 수 있다”면서 “외형 확대에 연연하지 않고 신규 사업 강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TF(대표 조영주)는 올해 순증 가입자 규모인 60만여명을 내년도 가입자 목표로 잡고 있다. 번호이동성 시차제 원년이었던 지난해 120만명 수준에서 절반 이하로 급감했지만, 가입자당매출(ARPU) 증대로 경영기조를 선회한 것이다.
KTF 고위 관계자는 “새 유통점 전략을 선보이고 무선인터넷 부가서비스 등 ARPU 향상 방안을 영업현장에 적극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F는 올해 4조95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매출 규모도 내년에는 5조2000억원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LG텔레콤은 마케팅 비용 확대는 자제하는 대신, 지난 2년여간의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 확대 기조는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전체적으로 6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뒤 내년에는 이보다 70만명 늘어난 720만명을 달성, 오는 2007년에는 가입자 800만명에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난 11월 말 현재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는 3821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는 4000만명 선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