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을 잡기 위한 외국 자본의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라비티(대표 류일영)는 내년 1월 1000억원 규모의 독자적인 국산 게임 개발 펀드 ‘글로벌하이웨이 1호’를 조성, 운용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그라비티가 국산 게임을 타깃으로 한 대형 펀드를 만들어 온라인 게임 투자 및 퍼블리싱에 본격 나섬으로써, 개별 기업의 흡수 차원을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주도권이 송두리째 외국 자본의 논리에 먹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최근 CJ인터넷과 합작해 1150억원 규모의 글로벌펀드를 만들기로 한 바 있어 계열사 및 외부 합작사를 총체적으로 이용한 ‘저인망식’ 한국 게임 훑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샨다의 액토즈소프트 인수에 이어 지난 7월 소프트뱅크의 그라비티 인수와는 차원이 다른 외국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그라비티는 이번에 조성되는 자금 중 일부를 소프트뱅크와 CJ인터넷 합작의 ‘온라인 게임 레볼루션 Vol1’에도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이 같은 외자에 의한 국내 시장 공략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 중견 게임개발사 대표는 “국내 업체가 주도적으로 만든 펀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외국 기업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일본 게임의 온라인화 가속과 그들 게임의 한국 시장 공략을 부추기는 자본으로서의 목적에 충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이날 “향후 5년간 국내 우수게임 100여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부 상위권 업체를 제외한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대부분의 개발사 및 개발작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중소개발사가 펀드 운용권을 가진 그라비티와 소프트뱅크의 의지에 따라 서비스 및 개발 일정을 맞춰야 하고, 이는 실질적인 외국 자본에 대한 국산 게임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다른 게임업체 사장은 “우리도 정부와 선도기업들이 공동 출자한 펀드 형식의 맞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회 등 업계의 조직적 통로를 통해 이 같은 안을 강력히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