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3)]IT가 바꾸는 삶-셋톱박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셋톱박스 업체 실적

 국내 셋톱박스 산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휴대폰·TV 등을 제외하고 올해 IT 완제품 분야 단일 품목으로 수출 1조원 시대를 돌파하기는 셋톱박스가 유일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현재 전세계 방송 시장이 고선명·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얻는 수혜가 크지만, 휴맥스를 시작으로 국내 업계가 지난 1980년대말부터 일찌감치 셋톱박스의 성장성에 눈을 뜨고 기술력을 갖춰온 덕분이다.

 IMS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9%나 급증한 1억2000만대. 오는 2010년까지는 디지털 케이블·IPTV·지상파 셋톱박스 시장이 고속성장을 주도하면서 출하량이 연평균 15%씩 증가, 1억9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휴맥스와 더불어 최근 국내 셋톱박스 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위 5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5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나 뛰었다.

 그러나 셋톱박스는 지금껏 예상치 못한 미래 디지털홈 환경의 중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은 지금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IT 시장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향해 달리고 있고, 향후 셋톱박스가 가정내 모든 가전·IT 기기를 제어하는 두뇌이자 허브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미 이같은 추세는 감지된다. 올 들어 국내 셋톱박스 업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제품군은 고선명·디지털 기능과 더불어 개인영상저장장치(PVR)와 IP, 모바일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셋톱박스. 지금까지는 고선명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 장치에 그치고 있지만 벌써부터 집안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수렴(컨버전스)하는 모습으로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고성장에 만족하기보다 우리나라 셋톱박스 업계가 일궈낼 미래의 성장성에 더욱 기대가 큰 배경이다.

 <제2의 신화를 향해, 휴맥스>

 ‘국내 대표 기업을 넘어 세계 시장 선두 셋톱박스 회사로’

 우리나라 셋톱박스를 세계 시장에 당당히 자리매김시킨 휴맥스(대표 변대규 www.humaxdigital.com)가 지난 18년의 영화를 잊고 환골탈태의 몸짓에 한창이다. 사실 휴맥스는 지금도 외형이나 기술력에서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업이다. 창업 18년을 맞이한 이 회사는 올해 매출 8000억원의 외형을 기대하고 있고, 전 직원의 60%가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이며 매년 매출액의 6%를 R&D에 투자한다. 현재 웬만한 2위권 셋톱박스 업체들에 포진한 핵심 멤버들이 상당수 휴맥스 출신인 점도 이 회사가 우리나라 셋톱박스 업계의 산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출발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다. 현재 매출액의 97%가 수출이며 미국·영국·일본·태국·두바이·독일·이탈리아·호주·인도·홍콩·싱가포르 등 총 13개 마케팅 거점과 중국·폴란드·인도 등 총 6개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휴맥스가 미래 25년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내년말까지 3개년의 목표로 내부 체질개선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고 있다. 하드웨어 설계부터 구매·생산·물류·영업 등 모든 분야에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변대규 사장은 “이젠 중소기업이라고 하기엔 워낙 덩치도 커졌고 더이상 구태에 안주해서는 성장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라며 “생각대로 혁신작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 휴맥스는 당당한 글로벌 기업으로 갱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디지털방송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환경에서 셋톱박스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을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변 사장의 욕심은 내년까지 내부 혁신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뒤 오는 2011년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2000억원의 지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그 와중에도 미래를 위한 R&D는 역시 빼놓지 않는 과제다. 휴맥스는 내년 전세계 HD·PVR·IP 등 고부가가치 셋톱박스 시장에 본격 나설 채비다. 이번 유럽 ‘IFA 2007’ 전시회에 차세대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벌써부터 해외에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나로텔레콤이 국내 처음 IPTV 서비스인 ‘하나TV’를 선보일때만 해도 셀런(대표 김영민 www.celrun.com)은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다. IPTV의 탄생을 예상치도 못했던 지난 1999년부터 IPTV 셋톱박스를 개발해 온 그 진가는 비로소 6년여만에 국내 시장에서 첫 결실을 본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던 셀런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일본 시장에 IP셋톱박스 수출 물꼬를 텄고, 지금도 ‘네오팔래스21’ 등 현지 IPTV 사업자들에게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올해 하나TV 100만을 넘보면서 셀런은 이제 미래 비전인 ‘디지털 콘텐츠·기기 유통사업’을 향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첫 발걸음으로 최근 전세계 IPTV 시장을 겨냥, △IPTV 셋톱박스 및 헤드엔드솔루션 △신규 전략제품인 멀티미디어플레이어(MMP) △하이브리드(IPTV+방송+VOD) 셋톱박스 △모바일IPTV 등 4개 사업영역에서 발빠르게 차세대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외에 해외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식 디지털TV 규격인 ‘DVB-T’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이달중 출시하고, 위성방송 수신기능을 내장한 ‘DVB-S’ 통합형 셋톱박스도 조만간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셀런은 이달초 네덜란드에서 열린 ‘IBC 2007’ 행사에서 이들 차세대 제품군을 대거 출품하는 한편, 일본 ‘유센’에 공급한 다운로드앤플레이(DNP) 방식의 매장 음악서비스용 셋톱박스와 솔루션도 내놓았다. PC에 의존하는 디빅스플레이어나 자사 콘텐츠만을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셋톱박스와 달리 개방형 콘텐츠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MMP 제품 또한 이번 IBC 2007 전시회에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인수한 삼보컴퓨터의 668개 전국 대리점과 68개 서비스센터 인프라를 활용, 향후 디지털 콘텐츠·기기 유통사업을 확대·발전시킨다는 게 김영민 사장의 욕심이다. 그는 “이미 IPTV 관련 토털 솔루션을 확보함으로써 사업다각화의 기반은 마련했다”면서 “삼보컴퓨터 인수는 실제 사업화를 일궈낼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제2의 휴맥스 신화는 우리가, 가온미디어>

 가온미디어(대표 임화섭 www.kaonmedia.co.kr)는 휴맥스의 뒤를 이을 셋톱박스 시장 ‘낭중지추’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반적인 업계 호황을 타고 있지만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앞세워 해외 방송사업자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덕분이다.

 지난 2005년말 전체 매출 가운데 39%에 불과했던 방송사업자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62%, 올 상반기에는 무려 72%로 껑충 뛰었다. 지난 상반기에만 루마니아의 붐TV, 인도의 해스웨이·타타스카이·ESPN스타 스포츠 등 대형 방송사업자들과 잇달아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말에는 터키 최대 위성방송사업자인 도간 TV에 셋톱박스를 수출했다.

 가온미디어는 올들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재미교포 김윤종 SYK글로벌 회장이 국내 벤처 투자의 첫 대상으로 삼으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과거 자일랜 창업주로 재벌의 반열에 오른 김 회장은 가온미디어의 남다른 잠재력을 높이 사 150억원에 지분 10%를 장내매수로 확보했다.

 가온미디어 임화섭 사장의 꿈은 3년뒤인 오는 2010년 ‘매출 1조원 클럽 가입, 글로벌 톱 5 셋톱박스 회사’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를위해 올 들어 고선명(HD)·개인영상저장장치(PVR)·IP 셋톱박스 제품군을 잇따라 상용화한데 이어, 최근 MPEG4·H.264 기반의 HD PVR, 방송·통신 융합형 IP 셋톱박스, 유무선연동 모바일 PVR 제품 등 하이브리드형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또한 전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월 독일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중동지역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인 두바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달중에는 인도 시장에 현지 법인과 생산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임화섭 사장은 “3년뒤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해외 거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향후 세계 방송 시장의 대전환기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