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강세, 쇼핑 천국은 옛말

일본 엔화강세, 쇼핑 천국은 옛말

 일본 물가는 잘 알다시피 무척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까지 한국에 비해 저렴한 일본산 제품을 직접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아키하바라 같은 곳에 가면 이런 관광객을 상대로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까지 고용해 영업하는 전자제품 전문상가도 제법 많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런 일본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원정쇼핑이 불가능할 것 같다. 엔화강세에 따른 환율인상으로 구매 메리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엔화강세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비싼 물가가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엔화강세면 수입물품을 기준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더 비싼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물건을 구입할 때 1년 전에 비해 50%나 가치가 떨어진 원화로 먼저 계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상점에서 5개 1봉지인 사과를 500엔 주고 살 때, 1년 전에는 5000원이었지만 지금은 7500원으로 50%나 올랐다고 머릿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버리곤 한다.

 지난 2월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도착 후 환전소에서 엔화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화가치가 정말로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엔화를 원화로 바꾸는 내 개인적으로야 좋았지만 국가 전체로는 환율로 인해 수십, 혹은 수백조원의 돈을 날린 것과 다름이 없다.

 귀국하는 길에 중고 미니 노트북 한 대를 장만했다. 한국에서 구입한 노트북은 ‘아수스Eee PC1000H’다. 지인을 통한 당시 구입가격은 45만원. 인터넷 중고 사이트 같은 곳에서도 대충 이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아키하바라 소프맵(Sofmap) 중고 매장에 갔었다. 확인한 동모델 가격은 4만5000∼5만엔이었다. 당시 환율(1475엔,2008년 12월)로 따지자면 무려 2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아수스는 대만제품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모두 수입품이다.

 하물며 수입품 가격이 이러한데 일본 국내산 제품의 가격이야 오죽하겠는가. 캐논의 중고 EOS 5D 카메라는 도쿄 아키하바라 소프맵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16만9800엔이다. 올 초 기준으로 100엔을 1500원으로만 잡아도 254만7000원 정도다.

 반면에 한국의 대표 카메라 커뮤니티인 SLR클럽 회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중고 가격은 180만∼200만원으로, 적게 잡아도 50만원 정도가 저렴하다.

 전 세계에서 최신 디지털 제품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한국에서 노트북을 구입한 것은 바로 엔화강세 때문이었다. 1년 전에 비해 50%나 올라버린 엔화 가치 때문에 일본에서 생산된 전자제품의 가격 메리트가 상당히 떨어졌다.

 오죽했으면 일본산 카메라를 보따리로 한국에 들여와 파는 남대문 카메라 상가 점포 상당수가 불황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니 말이다. 예전 같으면 한국에 비해 저렴한 ‘일본제’를 구입하기 위해 도쿄 아키하바라 같은 곳으로 원정여행을 불사하던 일부 마니아의 발걸음도, 엔화강세와 함께 뚝 끊겼다.

 엔화강세 영향으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로 인해 일본 서민의 주름살은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있다.

<도쿄(일본)=김동운 태터앤미디어 일본 블로거(doggul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