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보화 갈 길이 멀다

실질적 인터넷 활용 비장애인과 35.5% 격차

장애인 정보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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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하루는 e메일 점검으로 시작된다. 영문 음성인식 때문에 나는 영문 윈도 비스타를 쓰고 있다…. 오픈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아웃룩을 실행하시오). 나의 말에 반응해서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16일 행정안전부의 ‘장애인 정보격차해소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상목 서울대 교수가 그의 책 ‘0.1그램의 희망’에서 밝힌 글이다. 차량 전복 사고로 목 아랫부분이 마비된 이 교수는 매일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하지만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영어로 쓸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장애인에게 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수단이지만 여전히 벽이 높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가 다시 관심으로 떠올랐지만 장애인 정보화 지수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인터넷 이용률은 51.8%로 전년 49.9%보다 불과 1.9%포인트(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비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이 77.1%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5.3%P의 이용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단순한 접근성을 제외한 인터넷 질적 활용지수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는 무려 35.5%나 벌어졌다. 디지털공간의 장애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이상목 교수처럼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국내 지체장애인은 114만명에 이른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음성인식 SW가 개발되지 않아 이들의 인터넷 접근권이 제한됐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각각 20만여명에 이르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이 PC에 이미지를 소리로 바꿔주는 스크린리더를 설치했으나 이와 연동되는 홈페이지는 1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무용지물이다.

 지난 11일 장애인 웹 접근성을 의무화한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이마저도 공공기관들의 늑장 대응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최근 중앙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국회·교육기관 등 1100여개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3개 항목에서 평균 90점을 넘는 곳은 3%에 그쳤다. 행안부 조사에도 준 정부기관과 국·공립대학의 웹 접근성이 70점을 겨우 넘는 등 거의 낙제 수준이었다.

 현근식 장애인인권포럼 팀장은 “스크린리더와 연동되거나 간단한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게 한다든지 웹사이트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는 비용이 더 들거나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이 1년에 한 번씩 웹사이트를 정비할 때 개발자들에게 장애인 편의성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는 등 약간의 관심만 가져도 웹 접근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