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장비 업계의 강자 시스코시스템스의 거침없는 영토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서버 시장진출을 전격 선언, HP·IBM·델·선 등이 포진한 관련 업계를 긴장케 했다. 지난달 말에는 웹기반 문서작업 솔루션 개발계획을 밝히며 소프트웨어(SW)의 거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충돌 전망까지 이끌어냈다.
그리고 다시 애플과의 충돌을 앞두고 있다.
7일(현지시각) 경제전문 포브스는 시스코의 또 다른 과녁에 애플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시스코가 보이지 않게 웃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홈미디어 허브를 향한 행보=시스코는 지난 3월 중순 플립형 캠코더 업체인 ‘퓨어 디지털’을 5억9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퓨어디지털 인수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캠코더 시장 진출에 그치지 않는다. 시스코는 캠코더라는 소비 가전제품을 통해 각종 멀티미디어와 정보를 공개, 공유하려는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에 대응한 제품개발·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리빙룸 시장을 겨냥한 ‘홈미디어 허브’ 전략과 관련해 시스코는 앞서 링크시스를 인수해 홈 네트워킹 시스템을, 사이언티픽-애틀란타 인수로 케이블 셋톱박스를 확보했고, 자체적으로도 무선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퓨어 디지털을 통해 캠코더와 동영상 SW까지 손에 넣었다.
◇애플과의 경쟁=이 같은 일련의 행보가 바로 애플과의 충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애플은 맥·아이폰·아이팟 등 히트 상품 외에도 시스코처럼 가구내 안방을 겨냥한 ‘애플TV’라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기는 인터넷을 통해 음악과 동영상을 가정내 오디오시스템과 TV로 전송해 주며 애플의 온라인 콘텐츠 유통 사이트인 아이튠즈와도 연결된다.
더욱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에 동영상 카메라 녹화 및 편집 기능이 탑재되면서 시스코가 인수한 퓨어디지털과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애플이 그동안 카메라가 빠진 아이팟을 위한 카메라 모듈과 관련 케이스를 대량 주문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면서 두 기기간 충돌, 나아가 시스코와 애플간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두렵지 않은 이유=하지만 포브스는 시스코의 퓨어디지털 인수목적이 하드웨어보다는 SW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다고 전했다. 퓨어디지털을 통해 확보된 동영상 SW를 통해 홈미디어 허브 구현을 위한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멀티미디어 기반 텔레프레전스 솔루션의 도입 확대는 결국 네트워크의 트래픽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인터넷 트래픽은 월 667엑사바이트(EB·10억 기가바이트) 수준이 되고 이 가운데 약 90%가 동영상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포브스는 시스코가 퓨어디지털 제품이든 아이폰·아이팟이든 이들 기기를 통해 촬영돼 웹에 올려지는 동영상 콘텐츠가 가져올 엄청난 네트워크 장비 수요를 흡수하면서 미소짓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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