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투자 팹리스들 “호기 맞았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하이닉스 팹리스 지분율 현황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회복으로 일부 팹리스 기업들이 주문을 소화할 파운드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가 투자한 팹리스들은 오히려 호기를 맞고 있다. 하이닉스가 충분한 파운드리 생산을 보장하고 단가도 거의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관계사들은 안정적인 생산능력 확보로 경쟁사가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해 포기하는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등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지난 2008년 30% 정도의 지분을 투자한 시모스 이미지센서(CIS) 기업인 실리콘화일(대표 신백규)은 올해 매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CIS 기업들이 파운드리를 구하지 못해 웃돈을 주고 제조를 하고 있지만 수요량의 70∼80%도 채우지 못하고 있어 물량을 제때 맞춰주는 실리콘화일의 제품 주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백규 사장은 “다음 달 공급할 제품이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파운드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CIS보다 메모리·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을 제조 우선 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에 CIS 업체들이 파운드리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이 파견돼 공동으로 제품 및 공정 개발을 진행한다.

하이닉스가 지분 9.89%를 보유한 피델릭스(대표 안승한) 역시 이번 수급난의 수혜자다. TSMC·동부하이텍·매그나칩 등 국내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가격대에 제품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운드리는 위탁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웨이퍼·제조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히 파운드리 가격을 낮춰준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파운드리 풀 가동 상황에서는 물량을 늘려도 가격을 할인받기가 힘들 뿐더러 물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물량을 제때 조달할 수 있는데다 추가 비용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현재 청주의 M8(200㎜)라인 공장 일부캐파를 이용해 팹리스의 외주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하이닉스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업체는 실리콘화일·피델릭스·퓨처스코프테크놀러지 3사로 모두 하이닉스로부터 전략적 지분투자를 받은 업체들이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파운드리 전문 기업과 팹리스 기업간의 지분 투자가 흔한 사례가 아니지만 TSMC나 UMC 등 대만 파운드리 기업은 대만의 팹리스 기업과의 지분 투자가 보편화돼 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시기에 팹리스 기업과 파운드리 기업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협조가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