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바다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자리 잡은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마치 공원에 온 듯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기계분야 기술인재 양성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7년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을 지시한 이 학교는 지난 40여년간 2만7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기계산업의 주역을 배출했다.
2009년 마이스터고로 선정되면서 창의적 기술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사회 산업체 인력 수요를 반영, 특성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학과 체제로 개편했다. 현재 정밀기계과, 금형설계과, 조선기계과, 로봇테크과 등 4개 학과 15개 학급으로 편성, 운영중이다. 학급당 인원 수를 20명 수준으로 줄여 교사와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한 것도 이 학교만의 장점이다.
학교 입학생에는 수업료, 실험 실습비, 방과 후 교육비 등이 무상으로 지원된다. 매년 2억원 이상 장학금이 지원되고, 우수학생에게는 해외연수 혜택도 주어진다.
“지난 여름방학에 삼성전자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팀워크 위주의 교육이 인상적이었고, 연수 기간 프레젠테이션 실력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기능 특활반에서 CNC선반 가공기술을 익히고 있는 김정수군(2학년)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지난 1학기에 삼성전자 입사가 확정됐다. 방과후 수업으로 들었던 토익 교육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 김 군은 “부산기계공고에 입학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산기계공고는 최첨단 실험실습장을 학과별로 갖추고, 다각도의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술명장을 육성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 1개, 은 1개, 동 3개 등으로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동탑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학과별 전공제, 직업기초능력 교육, 영어교육 등 정규 수업을 통해 기술 인재로서 갖춰야할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실습과정은 실생활이나 현장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주제로 진행된다.
방과후 수업과정 중 토익과 전공은 1·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전국기능경기대회 및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준비생을 위한 기능특활반,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술영재학급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입학 전 프로그램도 이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이다. 예비 고교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고교 입학후 기술 인재로서 해야 할 일을 소개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대기업과 산학협력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산학협력을 체결한 업체 수만 20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에서 채용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8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인력 수요가 높다.
경원벤텍, 성우하이텍, 율곡, 선보공업, 케이프 5개 업체와는 취업 약정반을 운영중이다. 채용이 약정된 학생들은 재학 중 장학금을 받고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 방학 중에는 인턴 교육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영재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술멘토제는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 등 인사로 기술멘토를 구성,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부산기계공고 학생들은 인근 동명대에서 실습을 자주한다. 이날 동명대를 찾았을 땐 이중순 교수 지도로 오토바이 엔진을 이용해 제작한 경주용 자동차 성능 실험이 한창이었다. 이들이 개발한 경주용 자동차는 지난달 열린 전북 군산 새만금 오프로드 경기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이중순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창의적 능력을 길러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우석군(2학년)은 “학교에서는 이론 위주로 배웠는데, 이렇게 부품을 직접 조립해 제작해보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기계공고는 앞으로 희망하는 기업 취업률 100% 달성에 도전한다. 학생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취업 희망업체를 분류, 맞춤형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