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박원순현상ㆍ한미FTA논란에 관심둬라"

`파격 文史哲행보`…"물가안정에 폭넓은 시야 필요`

"`박원순 현상`에 관심을 둬야 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을 남의 일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 같지만 사실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김 총재는 최근 언뜻 봐서는 한은 업무와 무관한 `정치색 강한` 발언을 쏟아내 한은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총재의 파격 행보는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활발해졌다.

매주 열리는 집행간부회의에서 임직원을 향해 "박원순식 정치와 행정이 우리 사회에 갖는 함의가 무엇이냐. 한국은행 업무와는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느냐", "월가 시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는 있는가"라고 물어 참석자들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이어 법조계로 확산하는 한ㆍ미 FTA 논란을 거론하며 "한ㆍ미 FTA가 물가와 금리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의표를 찌르는 질문에 임직원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본인의 의견을 제시한다.

김 총재는 "한은의 목표와 기능이 물가ㆍ금융안정이라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이한 행동 때문에 김 총재는 `문사철(文史哲) 총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문사철 행보`는 임직원이 당장 헤아리기 어려운 몇 가지 질문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부터 11월 말까지 3차례나 열린 한은 팀장 워크숍 때는 일본에서 귀화한 독도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두 차례나 초빙했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팀장은 7일 "한ㆍ일간에 민감한 외교적 현안인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귀화한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하도록 해 매우 당황하고 놀랐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나머지 한 차례 워크숍에서도 경제ㆍ금융 분야와는 무관한 중국 실크로드 전문가인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강연했다.

문사철 중시 행보는 한은 공채직원 선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총재가 "경제ㆍ금융 지식만을 기준으로 선발할 것이 아니라 인문ㆍ사회과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에 한은의 한 간부는 "총재의 의중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물가정책을 생각할 때 고민할 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른 간부는 "총재의 주문은 직원들로서는 부담이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한ㆍ미 FTA와 같은 사안은 물가ㆍ금융안정 현안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