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40곡=5000원'도 비싼데…10배 올린다고?

[인터넷을 말한다]<7>디지털 음원 시장 폭풍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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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키울 수 없는 현 음원 사용료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vs “무리한 가격 인상은 불법 시장만 키울 뿐이다.”

디지털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이 음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핵심은 음악시장을 더 키우고 창작자와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다.

국내 음원 상품별 시장 점유율 및 상품가격대자료. 삼일회계법인
국내 음원 상품별 시장 점유율 및 상품가격대자료. 삼일회계법인

음원 사용량에 따라 값을 매기는 종량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음원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징수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종량제로 소비자 부담이 열 배 가까이 늘어 애써 키운 합법 시장이 다시 불법 다운로드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마무리하려던 징수 규정 개정을 이달로 미루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파이 크기는 항상 같다?=현재 음원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징수 규정은 일정 수 음원을 월정액 기반으로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하는 상품 중심으로 짜여 있다. 곡당 받을 수 있는 금액도 틀이 정해져 있다. 2008년 징수 규정 개정 당시 불법 시장 탈피와 유료 음원 시장 정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다양한 음악 상품을 기획하기 어려워 음악 상품이 대동소이하다.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는 모두 월 5000~1만원으로 40곡 혹은 150곡을 이용하는 천편일률적 상품을 제공한다. `월정액` `무제한` `공짜` 등이 현 온라인 음악 상품의 주요 수식어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무제한 스트리밍 방식도 인기다.

결국 이용자가 포화된 지금, 정액제 기반에서는 더는 매출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승주 KMP홀딩스 이사는 “3월에 2AM·미쓰에이·빅뱅 등 대형 가수가 일제히 신곡을 냈지만, 그렇다고 시장 규모가 커지진 않는다”며 “제한된 시장에서 배분만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안 돌아가고, 한 곡이 성공하면 다른 곡이 죽는 `제로섬 게임` 상황이다.

◇종량제, 시장 핫이슈로=종량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경직된 현재 징수 규정을 풀어 자유롭게 음악 상품을 기획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종량제 기반 징수 규정 개정안을 제출했다. 창작자와 제작사, 저작인접권자와 대부분 음원서비스업체가 이에 해당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종량제가 현재의 저평가된 음원 가치를 높이는 길이란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삼일회계법인 분석에 따르면 현재 5개 음원 서비스 월정액 상품의 곡당 평균단가는 63.9원에 불과하다. 이동헌 CJ E&M 부장은 “종량제 형태의 합리적 최소 공급단가가 형성되지 않으면 시장 정체를 피할 수 없다”며 “무제한 서비스 상품을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종량제 기반 징수 규정 개정은 제작사와 유통업체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여지를 준다. 현재 규정으로는 옛날 노래나 신인 노래는 저가 혹은 무료로 프로모션하고, 인기가수 곡은 비싸게 받는 등의 다양한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음원 대가 정상화 vs 고객 이탈=종량제 도입에 따른 가격 인상과 사용자 이탈은 문제다. 음원 이용 가격이 열 배까지 올라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곡당 권리료가 774원으로 139% 오르고 서비스업체 예상 수익금 276원을 더하면 다운로드 가격이 1000원을 훌쩍 넘는다는 분석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월평균 사용량 1000건을 기준으로 보면 곡당 종량제 가격은 2만7725원으로 지금보다 열 배 치솟는다.

반론도 있다. 곡당 단가가 낮게 책정된 현재 음원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란 얘기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는 “지금 정액제는 원치 않는 상품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수치가 과장돼 있다”며 “상품 구성이 다양해지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소비할 수 있어 도리어 지출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구도 앞장서 종량제 도입이나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소비자 비난과 고객 이탈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부 조사에 따르면 유료 음원 이용자의 60%가 `음원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김민용 경희대 교수는 “섣불리 움직였다 보게 될 피해에 대한 `공포`와 현재 시장이나마 유지하려는 `탐욕`이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며 “다만 급격한 가격 인상은 불법 다운로드 부활로 이어지고, 한번 불법을 접한 이용자를 합법 시장으로 돌리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소비자 상품 이용 형태와 지불 의사를 반영해 점진적·단계적 가격 상승으로 `소프트랜딩`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음원유통 업계 내부에서도 `점진적`이란 말의 의미는 다르다. 선두업체 멜론이 `현상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나머지 업체는 `판 흔들기`를 원한다. 권리자·유통업체·소비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