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로서 자동차 업계에서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뒤에 오는 여자 후배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발대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자동차공학회 여성위원회에서 초대 위원장을 맡은 정선경 자동차부품연구원 경량화융합소재연구센터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지난 1994년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입사해 20여년을 자동차 연구에 바쳐온 그는 2010년 자부연 최초의 여성 센터장이 됐다. 올 1월에는 자동차공학회 평의원 150명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멤버가 됐다. 처음으로 이사직도 맡았다.
“남자만 가득한 자동차 업계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간다는 생각에 외롭고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출산 전날에도 야근을 해야 했죠. `여자기 때문에 일 못한다`는 말 안 들으려고 더 열심히 일하고. 여성 동료가 많았다면 두려움은 훨씬 적었을 겁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지난 3월 자동차공학회에 여성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공학회 전체 회원 1만명 가운데 여성 회원이 100여명밖에 안 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자는 게 출발점이었다. 6월부터 본격적인 설립 작업이 시작됐다.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발대식을 개최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정 위원장은 “여성위원회를 꾸려놓고 보니 생각보다 자동차 업계에 근무하는 여성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지금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여성 인력의 힘을 모으고 이를 적극 알려 자동차 업계에 여성 진출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에서 감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여성의 자동차 업계 진출에도 유리한 시기라는 판단이다.
우선 홍보를 강화해 연말까지 공학회 여성회원을 200여명으로 대폭 늘리고 여성위원회 위원도 현재 20명에서 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위원회에는 자동차 업계 여성 CEO와 임원급 인사 참여를 늘리고 회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성공한 여성 자동차 인사와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