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몰락에도 핀란드가 건재했던 비결은 슈퍼셀이나 로비오 같은 수백여개의 글로벌 스타트업 덕분이다. 핀란드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인재에서 나온다. 그 인재를 키워낸 요람은 알토대학교다.

알토대는 21세기형 융합인을 키우기 위해 2010년 헬싱키 공대, 경제대, 예술디자인대를 통합해 개교했다. 공학 기술 기반에 인문·사회·예술·디자인이 결합됐다. 대학은 다양한 전공자가 모여 직접 제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PDP(Product Development Project)’ 커리큘럼과 기술·디자인·마케팅을 융합한 MBA 프로그램을 핵심 과정으로 키웠다. 학생들은 ‘스타트업 사우나’ 등 아이디어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 아래 거침없는 도전에 나섰고 정부·기업·지역이 창업을 지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예술을 결합한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이 추격형 경제에서 창조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창의 ICT 융합 인재포럼’에서는 국내외 대학의 다양한 예술, 인문 교육의 융합 사례가 소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ICT명품인재양성 사업 지원을 받아 기존 획일화된 과학기술 교육에서 벗어난 대학의 다학제적 교육 성공사례와 기업 협력 사례가 제시됐다.
ICT 명품인재양성 사업은 창의와 융합에 초점을 맞춰 대학 자율의 학부과정을 마련했고,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논문 등 단기성과를 요구하던 기존 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연구 실패를 용인하도록 했다.
포스텍은 창의IT설계과목을 개설해 학생이 4년간의 학부 과정동안 구체적인 목표를 찾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1학년 1학기부터 ‘자기성장주도계획’ 과목을 들으면서 학생 스스로 꿈을 찾고, 2학년 때부터는 석박사급 인재가 학부생의 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진수 포스텍 미래IT융합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이공계는 전공필수 과목을 많이 듣고 선택과목을 들을 수 있는 여지가 적은데, 창의IT설계과목을 통해 학생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길러줄 수 있다”며 “창의인재란 결국 ‘제2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제1의 나’를 찾는 것이며, 일상이나 기존 세계관을 뛰어넘어 상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 앞으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한국뉴욕주립대와 손잡았다. 올여름에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와 공동으로 뉴욕 패션스쿨 FIT를 진행하기도 했다. 패션과 기술의 융합이 주제였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미국대학인 한국뉴욕주립대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IT인재 양성소로 손꼽히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기술경영학과, 컴퓨터과학과와 커리큘럼 및 교수진을 공유한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한국의 ICT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글로벌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느꼈던 오명 전 총리가 본인의 모교인 스토니브룩을 설득해 학교를 설립했다”며 “한국 대학은 아직 교육을 비즈니스와 접목시키길 꺼리지만 이는 글로벌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글로벌 시대에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단순히 실무능력만 갖춘 것이 아닌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인재라고 설명했다. 이미 존재하던 사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융합하는 인재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기업가 정신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신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장도 “르네상스적 융합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교육을 구성하고, 대중소 기업별로 산학협력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며 “미래 산업형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