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초, 전혜빈은 뛰어난 춤 실력과 스무살의 상큼함으로 ‘신세대의 아이콘’으로서 연예계에 자리 잡았다. 특히 예능프로그램 ‘천생연분’에서 24시간 돌면서 춤을 춘다는 의미를 가진 ‘이사돈’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예능을 평정하는 듯 보였다.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그는 얼마 후 연기자로 변신해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 ‘미라클’ ‘마녀유희’등에 출연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섰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과 ‘심장이 뛴다’였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여자 김병만’이라 불리며 뛰어난 운동신경과 적극적인 성격으로 매력을 뽐냈고, ‘심장이 뛴다’에서는 여전사 포스와 함께 따뜻한 마음씨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커졌다. 물론 연예계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연기를 해야 하고, 연기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전혜빈은 데뷔 14년 만에 인생작을 만났고, 처음으로 연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드라마와 영화 두 매체를 통해서다.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전혜빈은 얼굴도 예쁘고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자 박도경(에릭 분)의 옛 사랑 오해영(일명 ‘금’해영) 역을 맡아 연기력을 드러냈다. 금해영은 결혼 당일, 결혼식을 파토낸 복잡한 사연을 가진 여자다. 도경이를 사랑하지만, 도경이 엄마에게 상처를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언제나 웃고 다녔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흙’해영(서현진 분)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언제나 웃고 있지만 사실은 울고 있었던 인물이다. 이런 다양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1차원적인 감정 연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혜빈은 다차원적인 감정을 소화해내며 드라마의 후반으로 갈수록 금해영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어 전혜빈은 29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도 실생활 연기를 선보인다. 아직 개봉하진 않았지만 이미 지난 4월 치러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전혜빈은 극중 잊혀져가는 배우이면서 전 남편과 1년 가까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인물 우연이 역을 맡았다. 남편과 이혼은 했지만 이별은 하지 않으며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전혜빈은 연기자로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종영과 영화 개봉을 함께 앞두고 있는 전혜빈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또 오해영'이나 '우리 연애의 이력' 같은 작품을 만난 것 자체에 감사해 하고 있다. 인기 있는 작품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다. 게다가 영화 개봉 시기까지 잘 맞은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두 작품 모두 현실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전혜빈은 현실적인 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나무엑터스는 “전혜빈은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며 연기한다. 그 부분들이 작품에서 잘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2016년 상반기를 알차게 보낸 전혜빈은 하반기에도 연기자로서 열심히 대중을 찾을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는 전혜빈이 어떤 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할 수 있을까. 나무엑터스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영화 작업에 매진했다. 오랜만에 영화로 대중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신인의 자세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서 만나볼 전혜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우리 연애의 이력’외에도 영화 ‘키 오브 라이프’에 특별 출연했고, ‘지슬’을 연출했던 오멸 감독님의 신작인 '인어전설'에 참여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알렸다.
중요한 것은 전혜빈이 이제 연기자로서 한 발짝을 뗀 것이다. 그의 인기가 앞으로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는 그가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할 것인가에 달렸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