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반등을 이끌고 글로벌 대호황을 누리고 있음이 전력 사용량으로도 확인됐다. 또 하나 주력 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은 석유화학·정유업종 전력 사용량 증가세가 다른 업종을 월등히 앞섰다. 전력 소비량이 해당 업종 호·불황을 알려주는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2016년 전력 소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반도체와 석유정제 부문 전기소비량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8.6%와 9.3%를 기록했다. 반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업종으로 알려진 철강분야는 작년 4분기 전기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1.4%, 화학 4.3%, 요업 4.6%, 섬유 0.2% 전기소비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분야 전기소비량 증가가 유독 높았던 것은 `슈퍼 호황`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최근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띈 이유가 크다. 컴퓨터·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까지 반도체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사물인터넷(IoT)·4차 산업혁명 등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도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생산량 증대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야다.
전체 산업용 전기사용량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종 전기사용량은 전체 산업용 전기에 15.8%를 차지하면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철강(16.2%)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성유정제와 화학은 각각 4.4%와 1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많은 두 분야에서의 전기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이다.
전체 국가 전력사용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이후 잠시 줄어들었던 사용량 증가율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가 전체 전력 소비는 4970억㎾h, 전년(4836억㎾h) 대비 2.8%로 증가한 수치로 순환정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력소비 증가율은 순환정전 이후 조금씩 줄어들어 2014년 0.6%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2015년(1.3%)부터 점점 상승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 지속으로 냉방기 수요가 늘면서 3분기 사용량이 전년대비 4.3% 늘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4분기에도 전년 대비 3.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용과 교육용에서의 소비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주택용은 10%, 교육용은 9.7%의 소비증가율을 기록 전년 4.1%, 5.3%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주택용 누진제 완화와 교육용 요금 현실화 등 일부 전기요금 체제 개편에 의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으로 심야 전력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소비 증가가 진행됐다. 산업용 전기는 소폭이지만 꾸준히 사용량이 늘어 전년보다 1.9% 늘어난 2788억㎾h 전기를 소비했다. 특히 4분기 들어서 10월 2.6%, 11월 3.5%, 12월 4.4%의 증가율을 보이며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용은 4.8% 소비가 늘어 1086억㎾h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전기 설비 증가로 일반용과 주택용의 전기사용이 상승하고 있고, 교육용도 동·하계 할인제도 도입과 겨울철 난방 수요로 전년보다 전기소비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 억㎾h,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단위: 억㎾h,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