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_이 책을 말한다] 우주날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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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_이 책을 말한다] 우주날씨 이야기

한국천문연구원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햇병아리 연구원 황정아 박사는 2007년 12월 어느날, 한 TV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큰 이슈였던 북극항로에서의 우주방사선 노출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자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에 연락을 했고, 그렇게 황정아 박사는 인터뷰를 맡게 되었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는 ‘북극항로로 가면 정말 방사선에 피폭되나?’였다. 북극항로란 북극해를 지나는 항공로를 말한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대륙간 이동시 극지방으로 갈수록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적도 쪽으로 갈수록 이동거리가 길어진다. 다시 말해 북극항로로 운행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운항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으니 매우 경제적인 노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2006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2009년부터 미주노선에서 북극항로를 운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북극항로를 지나는 동안 우주방사선에 쉽게 노출된다는 문제점까지 따진다면 사실은 이용에 신중해야 하는 항로이기도 하다.

북극은 지구의 자기력선이 열려 있는 곳이라서 태양에서 오는 물질들이 지구 대기로 곧장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폭발하면서 주변으로 대량의 전자기파와 고에너지 입자(이 고에너지 입자가 방사선의 정체다)를 뿜어내는 태양 곁에서, 지구 생명체가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거대한 지구 자기권이 잘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튼튼한 지자기권이 취약한 지점이 있으니 바로 극지방이다. 그래서 당시 대한항공이 북극항로를 운영하기 시작하자 국정감사 기간 동안 안전성에 관해 대정부 질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말 북극항로로 가면 방사선에 피폭되나요?’에 대한 대답은 ‘그렇습니다’다.

몇 년이 흘러 2018년 여름, 대한항공에서 9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객실승무원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한 일을 한 주간지가 보도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승무원은 백혈병 발병이 승무원 업무와 관련 있다고 판단하고 산업재해 신청을 한 것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황정아 박사는 승무원 업무와 우주방사선 노출이 상당히 관련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일은 우주방사선으로 산재를 신청한 첫 번째 경우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사례다. 객실승무원뿐 아니라 같은 항로를 계속 운행해야 하는 비행기 기장들,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들 모두 우주방사선에서 안전하지 않다.

황정아 박사는 ‘당신의 여행은 안전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 방송된 이듬해인 2009년, 당시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의 ‘북극항로 우주방사선 안전기준 및 관리정책 개발연구’라는 정부 과제를 맡아 진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활주변방사선관리법’(법률 제10908호) 시행령의 초안이 되었고, 이로 인해 항공기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위험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법률에 적시되었다.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관련 법도 마련됐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북극항로를 운영중인항공사들은 우주방사선 노출에 대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 답은 글쎄요다. 이미 우주방사선 노출에 따른 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했거나 대기중인 분들이 스무 명은 넘은 상황이고, 비행기 기장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시마와 미역으로 체내 요오드를 채우는 소극적인 대처만 하고 있으며, 승객들은 자신이 우주방사선에 얼마만큼 노출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황정아 박사가 기회만 되면 관련 기관들에 정기적이고 꾸준한 항공기 우주방사선 실측실험을 제안하고 있지만 언제쯤 구체적으로 실행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는 2007년 인터뷰를 계기로 처음으로 북극항로 운항과 우주날씨(우주환경)의 연관성과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인공위성과 우주날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 중이었지만, 인공위성보다 훨씬 아래쪽에 위치한 여객기 운항로나 그보다 아래쪽 지상에 있는 전력•통신시설에까지 우주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그즈음이었다.

실제로 우주날씨로 인한 다양한 피해사례가 있다. 1859년에 있던 태양 폭발로 유럽과 북미 전역의 전신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130년 후인 1989년에 있던 태양폭풍으로, 특히 캐나다 퀘벡 전역은 9시간 동안 정전사태에 빠졌다. 더 무서운 것은 태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안 지 불과 90초 만에 전력시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이제 30년이 더 흘러 지구인은 더욱 첨단기기에 매달려 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큰 규모의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 우리는 피해갈 수 있을까?

황정아 박사는 최신작 《우주날씨 이야기》에서 우주날씨의 근원인 태양, 요동치는 태양의 활동으로부터 지구가 자신을 지키는 법, 우주날씨가 인간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인 우주방사선과 인공위성, 태양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인재인 우주쓰레기 문제까지 우주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태양 폭발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류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우주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특별기고 : 플루토 박남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