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만난 날들', 청춘의 플레이리스트를 남기다.

- 듣기만 해도 청춘의 한 자락이 생각날 것만 같은 감성적인 트랙 리스트
- 젊은 아티스트들의 재능이 돋보이는 영화

잠시나마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워줄 음악 영화가 이달 개봉한다. 제16회 제천국제 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시 만난 날들'은 제목처럼 우리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기억을 선사해 주는 따스한 성장 영화다. 98분간의 아름다운 선율을 온라인 시사회로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진짜 '음악' 영화이자 청춘 영화인 '다시 만난 날들'은 리얼함을 위해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티스트들을 주연 배우로 섭외하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실제로 노래와 연주가 가능한 출연진들은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가능하게 했고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를 통해 느껴왔던 '어색함'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로 잘 알려진 가수 '홍이삭'과 천재 기타리스트 '장하은', 그리고 열정이 가득한 밴드 '디스토리어' 친구들 모두가 실존하는 아티스트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홍이삭은 주인공 '태일' 역을 연기한다. 현실과 타협하며 살다가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을 쫓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같은 밴드의 멤버였던 지원과 만나 미완성의 트랙을 함께 써 내려간다. 태일은 멜로디를 순식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만큼 재능 있는 아티스트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중학생 밴드 '디스토리어'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상기하기도 한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장하은이 연기한 '지원'은 노련하다 못해 완벽한 기타 연주 실력을 보여준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나버린 태일과 오랜만에 마주하고 음악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태일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지원은 도레미 음악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태일에게 진짜 '하고 싶은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밴드 디스토리어의 멤버들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들을 맡고 있다. 지원이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 음악을 배우고 있는 이들의 허세는 자칫 중2병 감성 가득한 객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넘치는 재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보컬을 맡고 있는 덕호(서영재)는 밴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 서사를 보여준다. 기타 연주를 담당하는 기태(양태환)와 베이스 연주자 배돌(차민호), 카리스마 있는 드러머 북순(장다현)이 모여 우정과 연결된 음악의 힘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음악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이들의 합주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해당 부분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심찬양 감독은 전작에서도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었다. 그의 오랜 친구 홍이삭은 심찬양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어 주연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신선한 마스크와 놀랍도록 안정적인 연기력은 그들의 재능과 더불어 연출의 힘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여 주었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속 홍이삭은 주연 배우와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아 창작자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속 노래 중 밴드 디스토리어의 메인곡인 '모르겠다'를 제외하고는 전부 아티스트 홍이삭이 만들었다. 한 사람의 감성이 물든 트랙 리스트는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어 노래마다 다른 매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각각의 노래들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잘 어우러지기도 한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음악 영화에서 '음악'은 그 안에 관계와 감정이 모두 녹아있으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와의 만남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가사와 멜로디에 들어있어 매력적이다. '바다야 안녕', '재회', 'knowing you', '잠자리 지우개'까지 갈수록 클라이맥스로 달리는 노래는 보는 이의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휴대폰에 '다시 만난 날들'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영화 한 편을 재생하는 듯한 기분도 낼 수 있을 듯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완성된 '다시 만난 날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영화로 만나본다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심찬양 감독 역시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그리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가을 낙엽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듣는다면 조금이나마 행복한 추억과 사람들 그리고 소중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사진 / (주)영화사 오원 제공

듣기만 해도 청춘의 한 자락이 생각날 것만 같은 감성적인 트랙 리스트가 돋보이며 젊은 아티스트들의 재능도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해외 음악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음악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쿠스틱 감성이 돋보이는 음악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오는 9월 24일 개봉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장세민 객원기자 (k-cultur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