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각장애연대 출범'…"디지털 접근성은 배려 아닌 권리"

한혜경 디지털시각장애연대 대표. 한 대표 제공
한혜경 디지털시각장애연대 대표. 한 대표 제공

디지털 접근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시각장애연대'가 출범했다. 비대면 전환 속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에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접근성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2일 출범한 디지털시각장애연대 대표는 전국시각장애대학생회를 이끌었던 한혜경씨가 맡았다. 한 대표는 13세에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현재 아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자유소프트 접근성랩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활동이 많아진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같이 고민하기 위해 연대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국민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소비자로서 온라인 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관공서에서 발행하는 문서는 접근성 없이 업로드되고 홈택스 연말정산조차 사용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시각장애연대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디지털 접근성 향상에 관심 있는 국민으로 구성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민·관 조직과 협력을 늘려갈 방침이다.

첫 활동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보궐선거후보자 공보물을 시각장애인 열람에 문제가 없도록 개선 요구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이 열람 가능하도록 파일 교체를 요구한다. 유권자로서 공보물에 대한 시각장애인 접근성은 배려가 아닌 권리라는 점을 알린다.

웹 접근성 지침(KWCAG)도 개선한다. 현재 지침이 있지만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 문서 접근성을 포함한 신규 가이드라인인 KWCAG 2.1도 2015년에 만들어진 뒤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다.

한 대표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보면 스캔한 이미지를 PDF로 변환해 그대로 등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접근성은 기술이 아닌 노력의 부족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시각장애인도 디지털 시대에 소외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남산 산책로에서 장애인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유도블록이 잘 깔려 있고 지체장애인도 다니기 편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면서 “시각장애인 역시 컴퓨터,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사회구성원인 만큼 접근 가능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자유소프트 접근성랩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시각장애인이 문서를 열람할 때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참여했다. 자유소프트는 시각장애인용 화면읽기(스크린판독) SW '센스리더' 공동 연구개발을 마치고 이달 '자유PDF'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차별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활동을 펼쳐가겠다”고 덧붙였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