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쌈짓돈도 한계…'30조 추경 현실론'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등 재정건전성 우려가 지속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 축소 가능성이 대두됐다. 지난해 결산 결과에 따른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의 잉여금을 끌어모아도 50조원 추경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실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6일 정부의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23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잉여금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추경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잉여금 중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일반회계의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세계잉여금 중 11조3000억원은 지방재정 확충, 2조원은 공적자금 상환, 1조4000억원은 채무상환에 투입된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5조3000억원이지만 이중 2조3000억원은 1차 추경에 사용됐고, 5000억원은 본예산에 반영됐다. 나머지 2조5000억원은 근거법에 따라 해당 특별회계로 이입된다. 특별회계에서 어느 정도를 추경 재원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각 회계별 분석이 필요하다.

한은이 정부에 납입하는 잉여금도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올해 활용할 수 있는 한은 잉여금은 1조4000억원이다.

한은 잉여금이란 한은이 정부에 내는 납부 세입 예상치와 실제 정부가 받아야 하는 금액 간 차이를 의미한다. 정부는 연말에 세입 예상치를 먼저 계산하는데 환율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결산에서 확정되는 수치보다 정부 전망치가 더 낮게 잡힌다. 지난해 3월 편성한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도 한국은행 잉여금 8000억원을 동원한 바 있다.

잉여금을 끌어모아도 50조원 추경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예비비 활용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오미크론이 크게 확산하면서 정부 예상보다 방역 예산이 더 투입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30조원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50조원 대부분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부족한 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국채시장 충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점도 추경 현실론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 후보자는 “전염병 대응으로 인해 엄청난 확장 재정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만 재정건전성이 없으면 국가의 대외적 신뢰와 중장기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 단기적으로도 차입이 아닌 지출 구조조정이 우선됐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목이 유력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추경 규모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추 의원은 지난 1일 추경 관련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50조 손살보상 얘기를 했고 1차 추경이 있었다”며 “50조원 스토리를 잘 봐야한다. 많은 함의가 있는 숫자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16조9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11조원대 적자국채를 발행한 만큼 이를 50조 추경에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소상공인 손실보상이라는 1호 공약과 현실론 사이에서 명분을 찾는 게 추경 규모 확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