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급등하고, 주가는 2% 이상 떨어져 연저점을 갱신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원을 돌파하며 하루 만에 22원 상승했다. 환율은 이날 전장 대비 9.7원 오른 1419원에 개장했으며, 개장 1시간 만에 1430원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 환율은 전장 대비 22.0원 오른 1431.3원이다.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7일(1436.0원)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증시도 폭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9.20포인트(1.28%) 내린 2260.80에 개장해 2225.95까지 내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5% 넘게 급락하며 2년3개월 만에 700선이 붕괴했다. 코스닥은 장 초반부터 전 거래일 대비 9.76포인트(1.34%) 내린 719.60에 출발했으며 5.07% 내린 692.37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강화되고, 이것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환율과 증시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 자리에서 지난 주말 중에 영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책 발표 등으로 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주요국의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주요국과 동조화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선물환 매도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 애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회에서는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얘기하듯이 '정보 교환'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론적으로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방송에 출연해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외건전성 장치를 갖고 있어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장치를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미국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의 환율 상승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한 달러 공급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들어선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빠르게 약세를 보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안정 조치를 하고 있고, 여러 조치를 준비해 놓고 있다”면서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환평형기금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