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직관적인 결과로 최적화된 치료법 기대 예상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매우 작은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마치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듯 체내 바이러스의 양을 측정해 정확한 감염 단계(중증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송영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전해곤 AI대학원 교수팀이 공동으로 바이러스 크기의 바이오 입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량화할 수 있는 플랫폼(DeepGT)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DeepGT는 딥러닝(Deep)을 이용한 '가이아 투르누아(GT·Gires-Tournois) 공진기 기반의 바이오센싱 플랫폼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재확산 방지를 위해 신종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감염 단계 및 심각성 정도를 확인함으로써 초기 대응이 가능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직관적인 색 변화를 통해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바이오 입자를 감지하고 딥러닝을 통해 입자 개수를 정확히 예측해내는 플랫폼은 기존 바이러스 진단 과정의 복잡성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인 차세대 바이러스 진단 플랫폼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다양한 구조로 뭉쳐진 바이오 입자를 합성곱 신경망(CNN)을 활용해 학습시키고, 완성한 인공지능 신경망으로 높은 정확도의 정량화에 성공했다. 복잡한 공정 없이 박막들로 구성된 바이오센서(가이아 투르누아 공진 구조)를 통해 매우 작은 바이오 입자를 뚜렷하게 관찰하고, 몇 개의 바이오 입자가 존재하는지 유추해냈다.
새로 개발한 'DeepGT 플랫폼은 분자진단에 사용되는 유전자 증폭 및 표지 등과 같은 복잡한 표본 처리 과정 없이 항원-항체 반응만을 기반으로 해 단순성과 높은 확장성이 강점이다. 또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측정 시 잡음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방식의 단점을 극복해 신속하고 정확한 감지가 가능하다.
송영민 교수팀의 기존 연구 성과인 가이아 투르누아 광학 공진 구조는 낮은 굴절률 층과 금속 반사 층 사이에 다공성 복소 굴절률 층을 삽입해 자유롭게 광학 특성을 변조했고 낮은 굴절률 층에서 느린 빛 효과를 갖는 단일 흡수를 구현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에 대해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바이오센서의 설계 및 제작이 가능했다.
기존 광학 현미경으로는 회절한계 보다 작은 크기의 바이오 입자를 관측할 경우, 개별 입자의 윤곽이 흐릿해져서 정량화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입자를 측정 및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전자현미경과 같은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구조의 포토닉스 소자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완성된 '가이아 투르누아 바이오센서'로 100㎚ 직경의 바이오 입자를 감지했으며, 이를 촬영한 1596쌍의 광학 현미경 사진들을 합성곱 신경망에 학습시켰다. 전이 학습을 통해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들의 일반적인 크기인 50·200·300㎚ 직경 바이오 입자들에서도 제한된 적은 숫자의 데이터를 가지고도 각각 평균절대오차 3.59, 2.24, 2.71의 높은 정량 정확도를 보였다.
전해곤 교수는 “AI 기술을 포토닉스 분야에 적용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융합연구 성과를 낳은 사례”라고 평가하며 “두 분야 사이의 학문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연구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포토닉스 센서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영민 교수는 “AI 딥러닝과 포토닉스라는 전혀 다른 두 학문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기존 바이러스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선명하고 정확한 바이러스 관찰이 가능해졌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매우 중요한 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 미래기술연구실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및 국제기술센터 인도-태평양(ITC IPAC)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투데이(Nano Today)'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