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업무 일부 시스템 불안정…장비 교체 '땜질식 처방' 우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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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OPS·정부24 일부 작동 오류
행정 전산망 복구 ‘장기화’ 지적
전문가 “SW 문제…전반 점검을”

행정 전산망 복구로 민원 업무가 재개됐지만 일부 시스템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또 다른 시스템 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정부는 네트워크 장비 오류를 장애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소프트웨어(SW) 문제가 연관됐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장비 교체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 있으며 더욱 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행정전산망은 정상 작동하고 있다. 민원 서류 무인 발급기와 온라인 민원 업무 사이트 '정부24'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 행정 민원이 종일 중단됐던 것과 비교하면 2영업일 만에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행안부는 전산 장애가 재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서울청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삼원 체계로 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트래픽 집중화 등 행정 전산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일부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9시 전국에서 민원 업무가 재개된 지 약 5분 만에 차세대 통합운영관리시스템(nTOPS)이 30여분 동안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시스템에 로그인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TOPS는 자산·장애 등 모든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시스템이다. 공교롭게도 행안부가 행정 전산망 장애 원인으로 지목한 네트워크 장비가 있는 국자원 내에 함께 위치한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nTOPS는 이번 행정망 마비 원인인 네트워크 장비와 연결된 인증시스템과 연동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행히 문제는 20~30분 만에 해결돼 인증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고, 일선 민원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24 서비스도 100% 복구되지는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 신청자가 신청한 목록 외까지 문서가 출력되는 현상 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비 교체로 급한 불을 껐지만 이대로라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등 소프트웨어와 서버 이중화, 백업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정부 발표대로 네트워크 장비만의 문제라면 단순히 교체하거나 이중화 돼 있는 다른 장비로 대체해서 서비스하면 금세 정상화 됐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장애 복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소프트웨어 충돌 같은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제에 노후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시스템 개선·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 계획 수립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어느 정도로 (시스템) 이중화, 이원화가 돼 있는지 장애 대응체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청 업체 한두 군데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