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교통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실도로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인적 요인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효율적인 교통 흐름을 유도해 전반적인 교통 운영 개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사고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한계에 대한 공감대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과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로보택시(자율주행택시)에 의한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 사고는 현재의 도로교통 환경에서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만으로는 교통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량 자체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프라 시설 개선과 협력주행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교차로에서 안전하게 비보호 좌회전을 수행하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도로 기하구조 및 시설물에서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통행하는 것은 물론 악천후, 교통사고와 같은 돌발 상황에서의 자율주행 능력에 대한 평가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평가체계는 규제가 아닌 자율주행 산업발전을 촉진시키고 도로이용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 정책, 제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차량의 자율주행 운전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도로환경은 운전면허 시험장과 같은 통제된 환경과 달리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고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이것은 현재의 도로환경이 자율주행자동차와 일반자동차 모두에게 안전한 주행을 유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도로 인프라 시설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차량과 도로 인프라 간 차량사물통신(V2X·Vehicle-to-X)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자동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도로인프라 개선과 함께 자율주행기술의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 병행되어야 할 필수요소다.
예를 들어 선제적으로 위험상황을 예측해 차로 변경을 지원하기 위한 적절한 정보를 인프라를 통해 자율주행자동차에 제공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인프라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히 사람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의 주행이 가능하다는 편의성 제공을 넘어서 교통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서 교통 흐름을 주도하며 교통사고 감소, 교통 체증 해소 및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이끌 것이다. 이러한 미래 비젼을 실도로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운전능력평가, 도로인프라 개선, 차량과 도로인프라 협력 분야에서 안전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오철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cheolo@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