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5년 만에 '총살형' 집행… “사형수가 스스로 선택”

사형수 브래드 키스 시그먼(67). 사진=유타주 교도소
사형수 브래드 키스 시그먼(67). 사진=유타주 교도소

미국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남성이 총살형을 당했다. 미국에서 총살형이 집행된 것은 15년 만으로, 남성은 자신의 사형 방법을 '스스로' 선택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 있는 브로드리버 교도소에서 사형수 브래드 키스 시그먼(67)에 대한 총살형이 집행됐다.

시그몬은 사형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미 연방대법원이 이날 이를 기각하면서 즉각 형이 집행됐다.

죽음의 방으로 불리는 사형실로 끌려간 시그먼은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의자에 결박됐다. 그의 왼쪽 가슴 위에는 표적지가 부착됐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교도소에 있는 사형집행실. 왼쪽은 총살형 집행 의자, 오른쪽은 전기의자. A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교도소에 있는 사형집행실. 왼쪽은 총살형 집행 의자, 오른쪽은 전기의자. AP 연합뉴스

교도관 3명은 약 4.5m 거리의 구멍 뚫린 벽 뒤에서 시그먼의 심장을 겨냥해 동시에 소총을 격발했다. 형 집행 3분 뒤인 오후 6시 8분 시그먼에 대한 공식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이날 시그몬의 형 집행 장면은 언론에도 공개됐다. 사형집행실 방탄유리 뒤에서 집행을 지켜본 한 현지 방송사 기자는 집행관 세 명의 총이 동시에 격발됐고 총소리는 “한 방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시그먼은 형 집행 전 변호사를 통해 “제 마지막 성명이 사형제를 종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동료 기독교인들에 대한 요청이자 사랑의 증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그먼은 2001년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전 여자친구를 납치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납치 과정에서 총을 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다른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자백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전기의자, 독극물 주사, 총살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데, 시그먼은 이중 총살형을 직접 선택했다.

시그먼의 변호사 제럴드 보 킹에 따르면, 그는 최근 약물 주사를 선택한 동료 수감자들이 즉사하지 않고 약 20분간 살아있었던 것을 우려해 약물 주사를 거부했다. 시그먼은 주 정부에 주사 약물에 대한 정보와 검사 결과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결국 가장 덜 고통스러워 보이는 총살형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총살형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아이다호가 있다. 다만 실제로 총살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사형제가 부활된 1977년 이후 미국에서 총살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시그먼까지 모두 네 차례로, 그전에는 모두 유타주에서 집행됐다.

한편, 이날 형 집행을 앞두고 교도소 밖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더 이상 살인을 하지 말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